1983년 9월 12일,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나는,
문득 집안이 유난히 고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이면 미소로 나를 배웅하던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여보, 나 출근해요.”
아무런 대답도, 인기척도 없었다.
불길한 예감에 발걸음을 재촉해 방으로 들어서자,
만삭의 아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누워 있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도착한 구급차에 아내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월요일 아침이라 도로는 차들로 가득했고,
아내는 계속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긴장을 했는지 손에 땀이 가득했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여보, 이제 거의 다 왔어.
차가 조금 막히는데 금방 도착할 거야.”
긴장한 탓에 목소리도 떨렸지만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용기를 냈다.
나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아내의 얼굴을 보는데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아내도 내 눈물을 보고 같이 따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출산 경험이 없는 첫 출산이라
너무나도 떨렸던 것 같았다.
아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전한다.
“오빠, 만약에 내가 출산을 하다 잘못되면
우리 아이 먼저 꼭 살려줘.”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용기를 주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내의 상태를 확인한 후 바로 분만실로 이동을 했다.
나는 분만실 앞 대기실 의자에 앉아 대기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분만실로 들어간 지 약 5분이 흘렀다.
간호사가 갑자기 나를 부른다.
“남편 분,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들어오셔서 수술복 및 모자, 마스크, 장갑 착용하시고
준비해 주세요.”
나는 분만실입구로 들어와서
좌측에 준비된 용품을 모두 착용하고
아내에게 이동 중이었다.
그때였다.
“응애”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첫 울음소리가 들렸다.
“남편 분, 얼른 오셔서 탯줄 잘라주셔야 합니다.”
“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 후
간호사 분이 전해주시는 위생가위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아내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이마는 땀으로 가득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한 흔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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