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by 주아

어느새 나는 세 식구의 가장이 되어 있었다.

책임감이 내 어깨를 무겁게 눌렀지만,

그 무게만큼이나 가슴은 따뜻하게 차올랐다.


아이가 태어난 뒤, 우리는 한 달 내내 이름을 고민했다.

밤마다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며 이름을 불러보았다.


“여보, 이 이름은 어때요?”

“음, 조금 더 특별했으면 좋겠어.”

“그럼,

총명할 민(敏), 근본 종(種)을 담아서 민종이는 어때요?”


결국 우리는 ‘최민종’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이름이 정해지던 날, 아내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아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오빠, 우리 아기 이름이 생겼어요.”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대답했다.

“여보, 민종이가 이 이름처럼 총명하고,

뿌리 깊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며칠 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천천히 동사무소로 향했다.

아내의 손을 잡은 채,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었다.


동사무소에 도착해 출생신고를 마치고,

주민등록등본을 받았다.


서류 한 장 위에 ‘최민종’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내 이름 아래, ‘처 : 김미정과 자 : 최민종’이란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이제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아내와 나는 등본을 다시 자세히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아내 품에 안긴 민종이도 마치 가족이 된 기쁨을 아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아내가 내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오빠, 우리에게도 자녀가 생겼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생겼어요.

힘들겠지만,

우리의 미래에 다가올 행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요.”

나는 아내의 두 손을 꼭 잡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나부터 더 열심히 노력하고,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할게.”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걱정이 앞섰다.

분유값, 기저귀값,

앞으로 다가올 크고 작은 지출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지금의 월급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나는 걱정은 되지만 아내를 위해, 민종이를 위해,

이제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으니까

목표를 크게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다짐했다.


집에 도착하고 얼마 뒤,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기욱아, 애를 낳았는데 엄마가 가보지도 못했네.

내일 할머니와 아기 보러 갈려고 하는데 시간 되니?”

어머니, 잠시만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내를 바라봤다.

여보, 어머니께서 내일 할머니와 오신다고 하시네.

내일 시간 될까?”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당연하죠. 할머님과 어머님 오시면 저야 좋죠.”


어머니, 내일 할머니와 함께 오시죠.

우리 내일 특별한 일이 없어요.”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안부와 건강을 물어보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아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출산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당연히 오셔야죠.

그걸 왜 물어봐요?

왜 자꾸 할머님과 어머님을 못 오시게 하시는 거예요?”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었어.

내가 손가락을 하나 더 가지고 태어났잖아.

할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저주받은 아이취급을 하셨데.


그리고,

엄마는 그 때문에 하루하루가

많이 힘드셨다는 말씀을 들었어.


그래서 나는 내가 출산을 하면 아무도 연락하지 않고,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에게나 놀림을 당할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열심히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었어.

나라고 왜 내 자녀를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겠어.


나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거든.

그리고 학창 시절 할머니, 아버지, 친구들에게

너무 놀림을 많이 당해서

내 자녀만큼은 평범하게 태어나기를 소원했어.”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오빠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빠가 잘못한 것 같아요.

오빠가 오시라고 허락했기에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빠가 출산 관련 소식을 전하지도 않고,

소식을 듣고 오신다는 분을

그렇게 화를 내면서까지 반대하는 모습에

저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내일 할머님과 어머님 오시면 오빠가 꼭 사과드리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오빠도 어린 시절 너무 큰 충격이었고, 힘들었어.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알겠어요. 우리 내일 음식은 뭘 준비할까요?”

할머니 좋아하시는 닭볶음탕이나 삼계탕 어떨까?”

알겠어요. 제가 얼른 장 보러 다녀올게요.”

아니 그러지 말고, 같이 나가자.”


나는 아이를 업고, 아내의 손을 잡고 집 앞 슈퍼로 향했다.

우리는 음식을 최종 결정하지 못한 채 이동을 했기에

서로 음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슈퍼 입구에 들어가자

좌측 냉장고에 깨끗하게 손질된 닭이 보였다.

오빠, 닭볶음탕이나, 삼계탕이나

닭이 필요하니깐 이거 살까요?”

그래,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으니깐 이걸로 하자.”

나는 자연스럽게 큰 닭으로 3마리를 바구니에 넣었다.

오빠, 여기 삼계탕 재료가 전부 준비되어 있네요.

우리 삼계탕으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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