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화 아들의 유학

by 주아

1998년, 대한민국은 얼어붙은 겨울이었다.

IMF라는 거대한 파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불안이 눈처럼 쌓였다.

하지만 우리 집의 거실은 잠시 그 현실에서 벗어난 듯

안락하고 평화로웠다.


새하얀 눈이 유리창 밖을 조용히 맴도는 오후,

나는 연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평온이었다.

커피의 구수한 향이 주방까지 번지고,

그 작은 사치 속에 잠시 몸을 녹였다.


그때, 아내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오빠, 나 할 말이 있어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테이블 위 커피잔을 밀었다.

“그래, 우리 같이 마시자.”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내의 손끝이 약간 떨리던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걱정이 무겁게 느껴졌다.


“오빠, 나 많이 생각하고 얘기하는 건데.

우리 민종이 유학 보내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유학? 갑자기 왜?”


아내는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말했다.

“이제 앞으로 영어권의 시대잖아요.

민종이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미국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은빛으로 쏟아지는 눈발처럼,

세상이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럼 여기 집이랑 나는?”


“오빠 그래서 말인데,

민종이 혼자 유학을 보내는 건 위험한 것 같아서

내가 민종이랑 미국에서 2~3년만 살고 오면 안 될까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일었다.

가족이 둘로 갈라진다는 상상만으로도 왠지 숨이 막혀왔다.

“그러면 여보 말은 나 혼자 한국에 있고,

여보랑 민종이랑 미국으로 간다는 말이지?

기간은 2~3년 예상한다는 말이고.”


“오빠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해요.

민종이를 혼자 보내려고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아직 어리고,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할 시기라는 생각에

도저히 혼자 보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민종이 혼자 보내는 건 위험한 건 맞아.

근데 꼭 민종이를 유학 보내야겠어?”


“오빠, 요즘 주변 민종이 또래를 봐봐요,

모두 영어 영어 노래를 부르고 있잖아요.

조기 유학 다녀온 친구들은 영어를 잘하고,

그렇지 않고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친구들은

아직 부족함이 느껴지잖아요.

학교에서 보면 차이를 확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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