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날이 찾아왔다.
오늘은 아내와 아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왜 이리 날씨가 좋은지
우울하고 힘든 내 마음과는 정반대처럼 느껴진다.
좀 더 함께 있고 싶은데…
같이 좋은 곳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즐거운 시간을 더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시간은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거실에 나와보니,
소파 앞에 커다란 캐리어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작은 손가방들까지 가지런했다.
일주일 전, 대부분의 짐을 미국으로 보냈음에도
아직 남아있는 짐들이 있었다.
문득 주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먹고 치우지 않은 그릇, 아직 남아있는 음식,
현관 앞에는 어수선하게 흩어진 신발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인데,
나도 모르게 마음의 허전함을 느낀다.
아내와 민종이가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침을 차려주고 싶었다.
뭘 만들어 줄까? 그래도 유학 출발 전
마지막 식사가 될 텐데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 없을까?
혼자서 고민을 하면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놀랐다.
안쪽에 고추장과 된장 및 장류,
아랫칸에는 각종 김치를 제외하고는
계란과 콩나물 그리고 물이 끝이었다.
아내가 며칠 전
“이제 혼자 남을 오빠 생각해서 음식 재료 다 정리했어”
라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있는 재료로 어떤 음식을 해야 할까?
머릿속에 떠오른 후보는 칼칼한 콩나물찌개,
볶은 김치, 그리고 계란 프라이...
조촐하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해 주고 싶었다.
조용하게 하지만 빠르게 음식을 시작했다.
어느덧 계획대로 음식은 만들어지고,
생각했던 것보다 맛도 괜찮게 느껴졌다.
콩나물찌개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때,
안쪽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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