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 민종이를 미국으로 보내고,
그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움에 일기를 썼고, 쓰고 있다.
가끔 보고 싶은 마음에 편지도 썼지만
보내지 않고, 책상 서랍 안에 보관을 하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꽤 많은 일기장과 편지가 모여 있었다는 걸
며칠 전 나의 짐들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의 몸은 이제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지쳐있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했다.
병원에서 약처방 외에는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치료를 마친 지 1년이 넘었다.
처방약은 진통제 같은데 이 약과 함께
내 목표 (아들 귀국 시 건강한 모습)를 위해
하루하루 잘 이겨내며 잘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삶의 인생과
이별해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정말 오랜만에 형에게 연락을 했다.
"여보세요. 기욱아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반갑게 맞아 주는
형의 목소리에는 힘이 느껴졌다.
"형, 나 부탁이 있어.
이유는 묻지 말고, 엄마 모시고 나한테 올 수 있어?"
나는 형에게 내 건강상태를 말하고 싶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가족이 보고 싶어
형에게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
"그래, 내 동생 첫 부탁인데 형이 들어줄게.
주소 보내줘. 엄마 모시고 갈게."
형도 개인 사정이 있을 텐데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부탁을 들어줘 고마운 마음에 주소를 알려줬다.
"형, 정말 고마워. 이따 보자."
나는 목소리도 힘들게 나왔지만
그래도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대한의 힘을 모아 통화를 짧게나마 할 수 있었다.
오전에 형과 통화를 했는데
저녁이 되자 어머니와 형이 집에 도착했다.
"기욱아~ 어디 아프니? 집은 왜 이사했어?"
어머니께서 나를 보자마자 걱정하신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나의 통통했던 모습은
살이 빠지면서 거의 뼈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15~25kg 이내가 빠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머니, 자세한 얘기는 이따가 하시고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형도 어머니 모시고 오시느라 고생했어."
어머니와 형을 안방으로 안내하고,
나는 현관에서 주방으로 걸어갔다.
(빌라이긴 하지만 방 1개, 화장실 1개,
주방 겸 거실이 있는 10여 평의 작은 사이즈다)
어머니와 형이 방에 앉는 걸 보고
물 2잔을 들고 방으로 갔다.
어머니와 형에게 물을 드리면서 방에 앉았다.
침대가 없는 방이라 침구류를 정리하면 방은 작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께서 오셔야 하기에
힘들었지만 낮에 집을 청소했다.
청소를 하면서 과거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민종이를 보시러 오시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는 보고 싶은 아내와 민종이도 있었고,
나도 건강한 때였는데 지금은 그때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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