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문을 열지 않았는데, 밥 냄새가 먼저 왔다

by 주아

* 짧은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마음을 다해 전하고 싶어

AI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그날은

학교에서 늦게 끝난 날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었지만

하늘은 이미 저녁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운동장 모래는 낮의 열기를 아직 품고 있었고,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 발소리는

괜히 더 크게 들렸다.


나는 가방끈을 한쪽 어깨에만 걸고

천천히 걸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지 않았다.


그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와서 정확히 떠올리려 하면

조각만 남아 있다.


칠판 앞에서 불려 나갔던 순간,

교실 뒤쪽에서 들리던 웃음소리,


선생님의 얼굴보다

아이들 시선이 더 또렷했던 기억.


분명

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었는데

괜히 내가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을 뿐인데

하루 종일

목 안쪽이 답답했다.


집으로 가는 골목은 늘 같았다.


낮은 담장,

세탁소에서 풍겨오는 비눗물 냄새,

분식집 앞에서 튀겨지는 기름 소리.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더 무거웠다.


현관 앞에 섰을 때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먼저 느껴졌다.


밥 냄새였다.


아,

오늘도 밥이 있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괜히 숨이 조금 놓였다.


“왔어?”


문을 여니

부엌 쪽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졌다.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엔 국자,

한 손엔 뭔가를 저으며

고개만 살짝 돌린 얼굴.


“응.”


나는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날은

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식탁 위에는

이미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김치,

어묵볶음,

계란프라이.


특별할 것 없는 밥상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 풍경이

오래 눈에 들어왔다.


“손 씻고 와. 금방 먹어.”


엄마는

내 얼굴을 오래 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좋았다.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숟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는 내 앞에 앉지 않고

부엌에서 계속 뭔가를 했다.


설거지를 하다가,

가스 불을 확인하다가,

싱크대 위를 닦다가.


가끔 내 쪽을 힐끗 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는?”


엄마가 물었다.


그 말은

늘 하던 말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그냥.”


짧게 대답했다.


엄마는

“그래”라고만 말했다.


더 묻지 않았다.


그게

조금 서운하면서도

조금 고마웠다.


사실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교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그런데

엄마가 묻지 않으니

괜히 내가

괜찮은 척할 수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

가방을 내려놓자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대신

침대에 엎드린 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 밖에서

엄마 발소리가 났다.


똑똑.


“과일 좀 먹을래?”


문을 열지 않았는데

엄마는

그대로 말했다.


“안 먹어.”


“그래.”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발소리만 멀어졌다.


그날 밤,

나는 그 일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


엄마는 끝내 묻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날의 기억에는

이상하게

따뜻함이 남아 있다.


혼자였는데

혼자가 아니었던 느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엄마는

모른 게 아니었다.


알면서도

기다린 거였다.


말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그날의 밥 냄새는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문을 열지 않았는데

먼저 나를 감싸던 냄새.


아마 그게

엄마의 방식이었을 거다.


묻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그냥 있어주는 방식.


그때는 몰랐다.


그 침묵이

얼마나 많은 인내 위에

올라와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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