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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hn Yoon Jan 24. 2020

겨울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사계절 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해외 여행이나 출사를 다녀온 사람 가운데 

재방문하고 싶은 나라 1순위가 아이슬란드일 정도로 

아이슬란드는 다녀온 사람들을 강력하게 이끄는 매력을 가진 나라이다. 


겨울 시즌 동안 

아이슬란드를 10일 정도 다녀 오면


그 사람의 나이가 몇이든 간에 

그가 살아오면서 평생 동안 본 눈보다

더 많은 눈을 아이슬란드에서 보게 될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겨울 여행은

다른 계절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사항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첫째,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강풍이나 눈 때문에 도로가 막히는 수가 종종 있다.


눈은 아주 많은 폭설이 내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제설차가 눈을 곧바로 치우기 때문에 눈 때문에 길이 막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문제는 강풍이다. 

심한 강풍이나 스노우 스톰이라는 

눈폭풍이 불 경우 대부분의 도로는 통제된다. 

보통 초속 25m 이상 되면 통제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그날의 날씨와 도로 정보를 확인해서 

오렌지 경보나 레드 경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섰다가는 하루 일정을 망치기 일쑤이다. 


두 번째, 

폭설이나 바람 때문에 

항공 착륙이 지연 혹은 취소되거나 

출발이 연기되는 수가 있어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난 겨울에 

11박 12일의 일정으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는데 


1월 8일 밤 11시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려고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여러 번 왔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전날 강풍과 눈보라 때문에 

다수의 항공편이 취소되어서

비행기를 타려는 대기줄이 그렇게 길었던 것이다. 


한편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해도 

강풍이 불면 젯웨이(탑승교)를 설치할 수 없어서 

비행기에서 몇 시간 동안 갇혀 있을 수도 있다.(간식 준비 필수) 


밤에 도착하는 항공편일 경우 

예약한 렌트카 사무실이나 호텔에 

도착하지 못하여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레이캬비크에서 케플라빅 공항으로 가는 

길 자체가 아예 폐쇄되기도 한다.   


셋째, 

폭설이나 강풍으로 

도로가 통제될 경우를 대비하여 

그날 밤 숙소는 당일 오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겨울의 경우 비수기이므로 

아이슬란드의 어느 지역이든 

숙박시설이 남아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호텔을 미리 예약했다가 

도로가 통제되어서 갈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데 

호텔 예약을 취소하기도 번거롭고 


최악의 경우 

인터넷이 안되는 지역에 있다가 

예약을 취소하지 못할 수가 있으니 

당일 숙박은 당일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호픈에서 우리는 

1월 13일에 비크에서 가장 좋은 호텔인 

Hotel Vik I Myrdal을 예약해 둔 상태였는데 


요쿨살론에서부터 

길이 통제되는 바람에 비크까지 가지 못하게 되었고 

그 후에 호픈으로 돌아와서 비크 호텔 예약을 취소하려 했더니 

담당자는 익스피디아에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서 한국 호텔스닷컴에 연락했더니 

한국은 상담 시간이 아니라 통화 자체가 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 호텔스닷컴으로 연락하여 상황 설명을 하고 

예약을 취소하려고 엄청나게 골머리를 앓은 경우가 있었다.    


네 번째, 

강풍에 의해 

차량 문꺾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론 아이슬란드는 

사계절 늘 바람이 불기 때문에 

차문을 열고 닫을 때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겨울엔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나는 아이슬란드에 올 때마다 

출사팀들에게 강풍에 차문이 꺾이거나 손상될 수 있으니 

차문을 열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의를 주곤 했다. 


1월 13일

 회픈에 머물다가 

비크로 가려고 요쿨살론으로 갔더니 

스카프타펠 인근에 초속 49m의 강풍이 분다며 모든 도로가 통제됐다. 


할 수 없이 다시 호픈으로 돌아와서 

하룻밤을 지낸 후에 도로 상황을 체크해보니 여전히 통제된 상태였다. 

그래도 혹시 오전 중에 길이 오픈될지도 몰라서 아침 일찍 호픈을 출발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요쿨살론이 아닌 호픈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헤이나베르그스요쿨(Heinabergsjokull) 부근에서부터 길이 막혀 있었다. 


그곳 주변도 바람이 좀 불긴 했는데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릴 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문을 꽉잡고 천천히 내렸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나는 바깥쪽으로 몸이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차문을 놓으면 문짝이 날아갈 판이었다. 

차안에 있던 일행들이 놀라 나를 잡아 당겼고, 

내 앞에서 도로를 막고 있던 경찰도 놀라 차에서 내려왔다. 


차에서 내린 후에도 바람 때문에 

몸을 지탱할 수 없어서 일곱 여덟 걸음이 밀려날 정도였다.

몸이 밀리지 않기 위해서 땅에 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섯째, 

눈보라와 강풍이 합쳐져서 

10m 앞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1월 8일 밤에 차량을 렌트해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숙소로 가고 있었는데 

강풍과 눈보라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멈추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겨울은 아니지만 

지난 3월에 세이디스피요르드를 갈 때 

눈폭풍과 바람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린 일도 있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눈이 내리면 달리는 차의 속도에 의해 

눈발이 대체로 운전자의 시야쪽으로 몰리지만 


아이슬란드의 경우 

눈발이 바람에 의해 거의 수평으로 날리면서 

앞유리를 덮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된다. 


여섯째, 

해변, 특히 레이니스피아라와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파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레이니스피아라 해변의 파도는 

워낙 악명 높아서 모두들 주의하지만 

다이아몬드 비치에서는 주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비치에서도 

겨울 밀물 때 레이니스피아라의 파도 못지 않게 

갑자기 파도가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레이니스피아라의 경우 

아무 것도 걸리는 것이 없어서 

무작정 뒤를 향해 내달릴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 비치의 경우 

흩어진 빙하 조각들이 널부러져 있어서 

무작정 뛰다가는 빙하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치는 수가 생긴다. 


특히 촬영 중에 

파도가 밀려오면 속수무책일 경우가 많은데 


지난 1월 10일, 

일행 중에 한 분이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를 피할 수 없어서 삼각대와 카메를 놓치고 말았는데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는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북대서양으로 사라진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렌즈포함 카메라 장비는 600만원 상당이었다)        


일곱 째, 

경찰과 도로 관리자의 

통제 상황을 신뢰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 


한국 사람의 경우 

금지된 일도 막무가내로 하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엘드흐라운이나 

이끼가 덮여있는 곳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디르홀레이의 줄을 쳐 놓은 경계선을 넘어간다거나 

F도로를 가다가 오프로드로 들어가는 등등.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슬란드를 찾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다가 사고가 나고 차량과 사람이 손상을 당하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관광객을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안전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조언과 통제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겼다가는 

곧 자신들에게 막대한 손해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여덟째, 

아이슬란드 겨울의 밤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오로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시기는 

대략 9월 중순 이후부터 4월 중순 이전까지 인데 


겨울철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시기보다 날씨가 더 좋지 않다. 

눈도 더 많이 오고, 바람도 더 많이 불고 

구름도 더 많이 끼고, 날씨도 더 춥다. 


당연한 결과로 

오로라를 보는 것도 그 만큼 더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겨울 시즌을 찾는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로라를 보려면 3월이나 10월에 가는 것이 겨울에 가는 것 보다 더 낫다.  


아홉째, 

겨울 아이슬란드의 낮시간은 무척 짧아서 

구경을 하든, 촬영을 하든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1월 초(1월 10일)의 경우 

일출 시간은 대략 오전 11시, 

일몰 시간은 오후 4시경이며(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음) 


1월 말(1월 22)의 경우, 

일출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일몰은 오후 4시 40분 경이다. 


말하자면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이 5-6시간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겨울 아이슬란드는 구름도 많이 끼고

눈도 자주 오기 때문에 낮 시간에 해를 보기는 상당히 어려우며 

실제로 관광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훨씬 더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시간이나 여건 때문에 

아이슬란드를 겨울에 갈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겨울 아이슬란드 여행이나 출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2020년 / 14박 15일 아이슬란드 출사 예고

2020년 10월 19일(월) - 2020년 11월 1일(일)


자세한 일정은  아래 링크에 공지 예정입니다.

https://blog.naver.com/west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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