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3대 도시는 어디일까?
보통 사람들은 바로셀로나와 수도인 마드리드,
그리고 스페인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로 알려진 세비야를 꼽는다.
하지만
인구수로만 따진다면
발렌시아가 3위, 세비야가 4위이다.
스페인에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인구 수는 적지만 매력적인 수많은 중·소도시들이 존재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소도시 외에도
바로셀로나 인근의 시체스와 지로나,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 론다, 말라가,
수도인 마드리드 인근의
세고비아, 아빌라, 톨레도 등
방문할 가치가 있는 이름난 소도시들이 많이 있다.
물론
위에 언급된 도시외에도
사라고사나 빌바오, 살라망카,
코르도바 등도 한 번쯤 꼭 가볼만한 도시들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스페인의 4대 도시를 제외하면
가장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돈키호테의 무대가 된
카스티야-라만차 지역의
톨레도(Toledo)라고 할 수 있다.
톨레도는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에 있는
인구 8만 여명의 중소 도시이다.
하지만 톨레도는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에
6세기 경부터 서고트 왕국의 수도였으며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8세기 이후
1561년,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약 천년 동안 스페인의 수도였을 만큼 중요한 도시였다.
톨레도의 강철과 칼은
오래전부터 고품질로 이름을 떨쳤으며
톨레도에서 제작되는 칼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포에니 전쟁 당시에
용병으로 참여했던 이베리아 용병들의
켈트족 상당수가 톨레도 강철로 만든 검을 사용했는데
켈트족의 검의 위력을 본 로마인들은
이후에 제작되는 글라디우스를 톨레도 강철로 만들었다고 한다.
톨레도는 오늘날에도
왕좌의 게임과 같은 드라마,
혹은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에 나오는
고·중세 시대의 칼이나 갑옷 등 각종 소품들을 제작하여 수출한다.
톨레도는 역사적인 가치와
광범위한 기념비적인 문화 유산으로 인해
1986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스페인에서는 드물게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3대 종교의 문화 유산이 동시에 남아있다.
711년,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 반도의 서고트를 무너뜨린 후
톨레도에는 이슬람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고
이슬람의 수니파가 대세였던
우마이야 왕조(Umayyad Caliphate)는
기독교가 주류였던 톨레도를 견제하기 위해
유대인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펼쳤는데
이로 인해 톨레도에
유대인들이 몰려오게 되었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Toledo에 정착하게 되었다.
유대인의 분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아슈케나짐, 세파르딤, 미즈라힘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지금의 스페인, 포르투갈 지역의
이베리아 반도로 이주한 유대인들을 세파르딤이라고 불렀는데
말하자면, 톨레도는 세파르딤의 본거지이자 유대인의 기원이 되는 곳이다.
레콩키스타(Reconquista)로
이슬람 세력이 카톨릭에 의해 축출되자
이베리아 반도는 다시 기독교 문화가 복원되었다.
이로 인하여
이베리아 반도의 주요 도시였던 톨레도에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도 톨레도는
이들 세 문화의 유적이 동시에 남아있는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톨레도는
16세기의 대표적 화가 가운데 한 명인
엘 그레코(El Greco)는 그의 나이 35세부터
그가 사망할 때까지 40년간 머문 도시이기도 하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 태생인데
el은 남성정관사, Greco는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이다.
엘 그레코는
생애 대부분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그의 작품 상당수가 톨레도에 남아 있는데
그의 대표작인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톨레도의 산토 토메(Santo Tome) 성당에 전시되어 있다.
톨레도는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삼면이 타호 강(Rio Tajo)에 둘러싸여
마치 난공불락의 성채나 요새처럼 보인다.
전쟁이 잦았던
중세 도시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이는 외부의 침략을 막는데는 천혜의 요새였지만
도시가 확장 되는데는 많은 제약이 따랐다.
결국 1561년,
카를 5세(=카를로스 1세)는
수도를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이전하게 된다.
마드리드 이전에
천년의 수도였던 톨레도는
여러 면에서 마드리드와 비교되는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적 비교는 볼거리에 관계된다.
같은 스페인인 바로셀로나만 해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공원, 몬주익,
몬세라토 등이 곧바로 떠올려지는 것과는 반대로
마드리드는 유럽에서도
비교적 늦게 수도가 되었기 때문에
왕궁도 있고 마요르 광장같은 곳도 있지만
프라도 미술관 이외에는 특징적인 관광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톨레도는
톨레도 대성당, 알카사르, 엘 그레코,
톨레도 전망대 등 마드리드보다 더 많은 것들이 단숨에 떠오른다.
또 하나는
톨레도가 과거 천년의 수도였던 것처럼
옛 길과 골목들이 마드리드보다 훨씬 더 고풍스럽다는 것이다.
톨레도에는
마드리드처럼 넓은 길은 없지만
구시가지 골목길의 정취는 마드리드를 훨씬 능가한다.
말하자면
톨레도의 골목길은
약간 과장되게 말한다면
어느 곳 하나 중세스럽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톨레도의 관광과 촬영은
일반적으로 소코도베르 광장에서 시작된다.
톨레도의 관광의 시작과 끝은 소코도베르 광장이다.
톨레도의 주요 볼거리로는
톨레도 대성당을 비롯하여 알카사르,
엘 그레코의 집, 산토 토메 성당, 산 마르틴 다리,
산 후안 데 로스레예스 수도원,
파라도르 데 톨레도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하이라이트는 톨레도 최고의 전망대인
미라도로 톨레도(Mirador Toledo)라고 할 수 있다.
파라도르에서 보는 일몰도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Mirador Toledo 에서 보는 일몰이
스페인 최고의 일몰 풍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톨레도의 석양은
스페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진 일몰 장소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비수기 때에는
자리가 널널할 지 모르지만
성수기 때에는
해가 지기 두어 시간 전부터
주변 주차장은 주차하기 힘들만큼
모든 차량들로 꽉 들어차고
전망좋은 장소는
커플들이나 가족, 혹은 친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이다.
톨레도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야경 풍경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에게 일생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다.
인스타그램: juahn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