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반지 Jan 20. 2024

천재 주무관과 위인주무관을 만났다.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나에겐 매우 의미가 깊은 두 명의 K주무관이 있다.



천재 K주무관

그분 책상에 쌓여 있던 검토보고서를 본 적이 있었다. 단정하고 바른 글씨로 핵심적인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전교 1등의 노트필기를 보는 거 같았다. 실제로 그분은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었다.  


정리는 완벽했다. 내가 따라 할 수도 없을 만큼. 업무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도 빨랐고 잘 모르는 것을 풀어가는 방법도 금방 찾아냈다. 그분 뒤만 잘 따라가면  최소 절반은 성공이었다.


겸손했고, 문제의 원인은 본인에게 찾았고,

문제의 해결책도 본인에게 찾았다.

찾아낸 것들은 정확하게 계획했고,

성실하게 집중하여 열정적으로 일을 진행시켰다.


그 분과 같은 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보잘것없는 나의 작은 지식을 인정해 주고 본인의 보고서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천재는 항상 달렸고 물리적으로 많은 일들을 다 처리했다.


지금 천재주무관은 천재라서 능력을 알아보는 이가 다른 팀으로 데려가버렸다. 천재이기에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숙명처럼 그분은 그렇게 계속 높은 곳으로 갈 거 같다. 어쩔 수가 없다. 그분은 천재니까.


위인 K주무관

그 분과는 같은 팀에서 일한 적은 없다.

다만 위인답게 멀리 있어도 그 대단함의 온기는 고용센터 어디에도 퍼지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히 나는 그분이 다른 팀에 있었던 동기의 사수였기 때문에 꽤 자주 위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위인은 후배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위인은 늘 웃는다고 했다. 위인은 짜증을 안 낸다고 했다. 위인은 질문을 많이 해도 상냥한 목소리로 답을 해준다고 했다.


심사하기 어려운 케이스들을 물어보면 버선발로 달려와 기쁘게 알려준다는 소문도 있었다.  

처음엔 '그래 소문일 거야'라고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소문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위인을 만나러 간 날이 기억난다.

위인답게 우리 동기 전체에게 '고용센터 당직'을 교육시켜 주겠다 했다.

위인은 네다섯명의 우리 동기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10층부터 1층까지 당직자가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고 시범을 보여주셨다.


실물 영접은 처음이었다. 위인은 역시 위인이었다. 의심을 한 내 마음이 죄인이었다.


시간이 흘러 천재 k주무관과 위인 k주무관이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됐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김주무관은 바늘구멍 승진을 하게 됐다.


천재 k주무관과 위인 k주무관은 후배의 바늘구멍 승진을 축하해 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게 천재 k주무관, 위인 k주무관과 김주무관은 연탄불에 구워지는 통삼겹살구이를 보고 있었다.


다시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 뒤라도 나의 천재 k주무관과 나의 위인 k주무관과 함께 같은 곳을 보고 있기를,

기도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