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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Aug 05. 2024

아듀 기업지원, 굿모닝 실업급여

고용센터 감주무관이야기

-아듀 기업지원팀

3년 6개월 근무했던 기업지원팀을 이번 인사이동으로 떠나게 됐다.


21년 2월 5일, 여전히 추웠던 나는 연신 흘러내리는 목도리를 어깨 위로 올리면서 기업지원팀 팀장님을 따라갔다.


기업지원팀은 고용센터 본관에 있지 않고 10분 거리 떨어진 건물 9층에 있었다. 당시엔 발령받은 9명의 동기들 중 나만 별관근무였기 때문에 유배지로 가는 것 같았다. 동기들이 위로해 주었지만 나의 발걸음은 한없이 구슬프기만 했다.


이후 동기들은 외로이 혼자 섬으로 가있던 내가 안쓰러웠던지 점심 커피타임을 늘 함께 해주었다. 동기들의 응원을 받아 둥둥 떠다니던 내 마음은  점점 기업지원팀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는 기업지원팀에서 치맥코드가 잘 맞은 동료도 만나게 됐다. 


우리는 항상 치맥코드가 맞는다 하였지만 실제 우리가 모여 먹은 것들은 돼지고기와 소맥이다.  겉으론 가볍게 치킨모임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 같다. ㅎㅎ


웃고 떠들고 하다가  p주무관이 먼저 떠났고 이어 k주무관도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멋진 공직관을 가지고 계신 s주무관님도, 옆집아저씨처럼 소탈했던 선배 p 주무관님도,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j주무관님도 떠났다.


한 업무를 오래 하지 못하는 규정, 한 센터에서 오래 있을 수 없는 규정으로 등등 나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었던 주무관님들은 속절없이 계속 떠나갔다. 이젠 내 차례인 것이다.



- 굿모닝 실업급여

3년 전 본관에 가득했던 나의 8명의 동기들은, 이번 인사를 마지막으로 모두 떠나게 되었다.

나는 동기들이 모두 없어진 지금에서야 본관에 입성하게 됐다.


맡은 업무는 실업급여 수급자격심사이다. 다시 말해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비자발적 퇴사' 단순한 어구이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항상 문제는 경계에 있는 것들에서 발생된다.


자발과 비자발이 한 끗 차이일 때 담당공무원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


나는 버릇처럼 경계에 걸린 저런 순간을 만나면 늘 이 말을 떠올린다.


기업지원팀 시보 시절, 본부 사무관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주무관님, 노동법은 근로자를 위해서 있는 거잖아요. 근로자에게 너무 가혹하게 잣대를 들이대지 마세요.  이 두 가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을 해보십시오."




고용노동부와 함께 커 온 실업급여는 어느새 꽤 나이가 들었다. 변화가 빠른 세상이지만 실업급여가 추구하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좀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안정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 마음은 이미 본부 실업급여과 담당자 같다. ^^


하지만 현실은 실업급여 업무를 한 개도 모르며, 기업지원 업무와 연관된 아주 일부의 실업급여의 모습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또한 실업급여팀원들에겐 최소 일주일은 그저 잉여인간일 뿐이다. 심지어 나는 실업급여를 한 번도 타 본 적 없다. 슬슬 밀려드는 이 업무 두려움은 무엇인가.


김주무관이여!!

실업급여 편람을 달달 외워보자.

몰라서 두려운 것이다. 알면 안개에 가린 진짜 초록산이 보일 것이고 그다음엔 나무가 보일 것이고 마침내 나무에 가려진 이름 모를 꽃들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고용센터의 문을 어렵게 열고 들어온 민원인들에게 따뜻한 공무원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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