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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반지
Aug 31. 2024
실업급여를 걷다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걷다가 멈춰서 별도 보고
걷다가 외딴섬처럼 떠 있는 구름도 보다가
걷다가 서늘한 바람냄새도 맡아보고
걷다가 초록바다 같은 축구장도 보다가
걷다가
숲 속 우주정거장 같은 이
곳
에서
나는 떠나온 날들을 돌이켜본다.
(24.8.2
7
. 가을이 시작되는 밤, 교육원에서)
실업급여 수급자격심사 업무로 인사이동한 후 업무전환자과정을 듣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있는 교육원에 왔다.
나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교육원을
가
봤다.
깊은
산속
높은 곳에 단정한 선비
처럼 앉아있는
교육원은
계절과 공기의 흐름이 바뀐 새로운 우주였다.
그곳은
온도, 습도, 바람, 달빛, 햇빛,
나
무 등
모든 게 적당
했다.
마음
은
너
무나도 평온
했
고
머리가 놀라울 정도로 상쾌했다.
선
선하게 부는 바람들은 내 몸 곳곳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
들을 훨훨 날려 보내주
었
다. 심장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교육과정
도
처음 실업급여 업무를 시작한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고
본부 사무관 및 주무관님
들은 모두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다.
특히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조사하는 본부 수사관님은 인터넷에 떠도는 '실업급여 부정수급 안 걸리는 법'을 모아서 강의하셨다.
아무렇지 않게 법을 위반하고 걸리지 않는 방법들을 논의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심사하며 부정수급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힘 빠지기도 한다.
그렇지
만 세상의 대다수는 선하다는 믿음으로 실업급여의 길을
걸어보려 한다.
실제로도 발령 이후 3주간
만났던
민원인들 대다수가 선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센터는
지역 특성상 건설일용분들
과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들이
많다.
오랜 노동의 시간들이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느껴
졌
다.
그분들
의 빛바랜 신분증 안에 젊은 청년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깊
은
존경심
에
울컥해지기도 했다.
걷다가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대추나무
도
보
고
걷다가 계속 키가 크고 있다는 전나무를
보
다가
걷다가 아침 바람에 짙어지는 소나무 향
도
보고
이 길을
걷
고 또 걷다가
힘이 들면
나를 반겨주었던 깊은 산속
우리의 우주를
한 번씩
들여다봐야겠다.
(24.8.30. 가을이 가득했던 교육원을 나오면서)
<사진 출처: 교육원의 밤. 실업급여의 길. 김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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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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