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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Sep 16. 2024

경이로운 그녀들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실업급여팀엔 민원인들을 맞이하여 인사를 하고, 필요한 서류를 설명하고, 실업급여 자격을 심사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6명의 전사(주무관이라는 말보다 이 단어가 더 어울리는 상황)들이 있다.

나는 6명의 전사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본다.



 나조차도 이 업무를 하기 전엔 실업급여는 회사를 퇴직한 후 신청하면 당연히 나오는 국가의 복지 정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직급여(일단 정확한 용어는 실업급여가 아니다)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만 심사 대상이 된다.


법에서 정한 사유로 퇴사해야 하고 퇴사시점 전후로 절차를 거쳐 퇴사를 다는  증빙서류 또한 있어야만 한다.


수급자격심사의 범위는 철저히 법에서 정해놓았고 설계해 놓았다.  담당자의 재량은 한치도 들어갈 수 없다.


그렇지만 법조문 밖 현실 속 다수의 사람들은 소규모 회사를 다녔으며 양한 사유로 퇴직하고

그 행위들을 서류로 남기지 못했다.


엄격한 법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6명의 전사들은 스토리텔러가 되어 쉽게 설명하 이해시키고 그들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듣는 '내가 낸 고용보험료를 내가 가져간다는데 왜 안 주냐~"라는 불만도 반드시 민원인이 납득되도록 오랜 시간 설명을 한다.


6명의 전사들은 중간중간 서로 당이 떨어지지 않게 젤리를 나눠 먹는다. 누구 한 명도 외롭거나 지치게 할 수 없다는 강인한 동료애로 늘 서로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퇴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을 놓지 않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6시 업무가 종료된 후 '서로 수고했다'며 한바탕 크게 웃고 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헤어진다.


지금도 여전히 경이로운 그녀들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내가 고용센터를 들어와서 봤던 장면 중 가장 멋진 모습을 그녀들이 매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센터에는 다양한 업무들이 있다. 이제 난 두 번째 업무를 경험하고 있을 뿐인데 행성이 달라진 느낌이다.


이전의 행성은 '고의적인 부정'을 서류로 증빙해야 하는 세상이었는데

이 행성은  '부득이한 퇴사'를 서류로 증빙해야 하는 세상이다.


지금의 나는 대단한 전사들의 활동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지다가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다.

나는 언제쯤 전사가 될 수 있을까.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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