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이내 흐려진 눈동자 안에 눈물이 가득 차셨다.
"내가 어디 말할 데가 없었는데 여기서 말이라도 하니까 낫네요.'
작은 체구에 비해 단단하고 두꺼운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내셨다.
"출근해서 일할 거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밤마다 울고 있어요."
듣고 있던 나도 늙은 노동자의 헤아릴 수 없었던 인생살이 고단함에 눈물이 났다.
대기업은 일부 업무를 미디엄 사이즈의 하청업체에 준다. 그 하청업체는 다시 스몰 사이즈의 하청에 일을 주고 그 하청은 다시 엑스 스몰 사이즈의 하청에 일을 준다. 블루칼라 노동자라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은 법과 시스템 안에서 보호를 받고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업체의 사이즈가 작아질수록 그들의 노동에 대한 보호와 보상도 작아진다. 이들 업체에선 노동자가 일을 하다 다쳐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들만의 암묵적인 산재시스템인 '공상'으로 처리한다. 즉각적인 현금보상을 받은 노동자들은 다친 부위가 재발을 해도 회사에 다시 도움요청을 못한다.
그런 식의 재발은 계속 발생하여 결국 온몸의 관절과 연결된 근육이 찢어지고 끊어져도 '공상'처리 됐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 결국 너무 아파 참지 못해 '아프다'라고 소리치면서 '이제라도 법으로 정해진 산재'를 신청해서 보상을 받고 싶다고 하면 사업장은 엑스 스몰보다 더 작은 업체(5인 미만)에 고용을 보장하면서 그들과 '손절' 한다.
사이즈를 잴 수 없는 영세한 업체에 들어가서도 그들은 일을 해야만 한다. 10킬로 이상의 고철을 맨 손으로 옮겨야 하며 산업용의 무거운 호스를 당겨줘야 한다. 사장은 허드렛일이라 쉽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은 어깨 근육이 찢어지고 무릎인대가 파열된 사람에겐 고문이었다.
사장은 쉬엄쉬엄 하라고 하지만 평생 성실하게 살았던 늙은 블루칼라는 본능적으로 일을 '쉬엄쉬엄'하지를 못한다. 사장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있어도 그들을 채용했다. 그리고 영세한 업체의 사장은 고령자를 채용했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는다. 그래서 사장은 그들이 출근하기를 바란다.
늙은 블루칼라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이들은 아파서 일을 못하겠다는데도 계속 '출근'을 하라는 사장을 이해할 수 없다. '아프다. 출근해라' 이 뫼비우스 띠를 끊어내기 위한 방법은 본인이 스스로 사업장을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끝까지 사장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바란다.
'아프면 아프다고, 다쳤으면 다쳤다고 말을 하는 것'이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큼 힘든 늙은 블루칼라들에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하찮은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왜냐면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생산 현장도 가 본 적이 없다. 평범한 인문학과생들이 그렇듯 공장이나, 건설공사 현장도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다. 나의 모든 공부는 책상에서 시작됐고 책상에서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현장은 시험을 보는 것이었고 각종 시험의 끝에 나는 여기 또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여전히 지금의 안타까운 뫼비우스 띠를 슬기롭게 잘라내는 법을 모르겠으며 늙은 블루칼라의 언어를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위대한 책임감과 성실함은 한 인간으로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들은 가벼운 종이만 들어본 나 같은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뫼비우스 띠를 현명하게 잘라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늙은 블루칼라들이 지치지 않기를,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건강하시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