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처음에는 눈이 부시게 반짝거렸다.
처음에는 모든 게 궁금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름이었지만 그들의 이름조차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입 밖으로 나오는 모든 단어가 신비로웠다.
'3년을 공부했다.' '아침에 버스를 탔다.' '운동화를 신었다.' '청바지를 입을지 고민했다.' '면접 스터디를 같이 했다.' '다른 직렬도 시험을 봐봤다.' '렌즈삽입을 했다.''여행을 다녀왔다.'
기쁜 마음에, 설레었던 마음에,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할지 몰랐던 우리는 이런 말들을 했었다.
누구의 한마디라도 그 한마디에 우린 크게 고개를 끄덕였고 깔깔거렸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모두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아직은 서로에게 풀지 못한 궁금증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였다.
일에 지쳐 한 명이 잠이 들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각 팀에서 그들은 업무에 매진했고 각자의 팀원들이 더 반짝거리는 시간이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두 번 지나가자 모두 9급이었던 그들 중 일부는 먼저 8급이 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처음 시작했던 일터에서 차로 10분 이상 걸리는 장소로 발령이 났다.
다른 일부는 ktx로 왕복 4시간 이상 걸리는 장소로 발령이 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모였던 그들은 이제 그 시간마저 맞출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매우 바빠졌고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업무는 어려워졌고 업무가 조금씩 달랐기에 서로에게 완벽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단톡방의 새 글은 어느 날부터 올라오지 않았다.
그 후로 더 시간이 흐르자 단톡방마저 사라져 버렸다.
서너 달에 한 번씩이라도 모이려고 했지만 그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의 일정은 각자의 업무와 그들이 속해있는 팀에 의해 결정되었고 그들이 '반드시' 모여야 하는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겨우 몇 달 만에 만난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경험으로 상황은 예측되었고 반전과 변수는 예상대로 별로 없었다.
업무 스트레스도 스토리의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같았다.
그들 중 일부가 하는 말과 그 말에 대한 다른 말조차도 몇 년 전 그들이 처음에 했던 말과 비슷했다.
시간은 자꾸만 흘렀고 계절도 쉼 없이 바뀌었다.
그들은 이제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지 않았다.
평범해져 가는 모든 이들이 그렇듯 '언젠가' 모이는 걸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다. 이제 나의 '특별'했던 그들은 '평범'해진 이들이 된 것이다.
하지만 특별함과 설렘만 있다면 나의 세상은 불안정했을 것이다.
특별했던 것들이 평범해지면서 나의 일상이 되고 그런 벽돌이 하나둘씩 모여 나의 집은 단단해진다.
바람이 불어도 태풍이 불어도 벽돌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짝였던 별들이 벽돌이 되어가는 것을 그대로 느껴야 하는 내 마음은 공허하고
이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애처롭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