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센터 김주무관의 이야기
아래의 글은 2년 차 s주무관이 묻고 5년 차 김주무관이 답하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자: 2년 차 s주무관
답변자: 5년 차 김주무관
참고로 김주무관은 8년 동안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했었다. 이후 근무지는 악성민원이 많아 대표적 기피부처인 고용노동부(이하 고노부)에서 5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으며 그 고노부에서도 악성민원이 몰려 있다는 모성보호 업무와 실업급여 업무를 섭렵했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밌게 일했었고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악성민원보단 그~~ 냥 민원이 더 많다.)
s 주무관 : 특히 민원응대 과정에서 후배 공무원들이 유념해야 할 태도나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주무관 : 일반 민원인들의 응대 자세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 세계에서 통용되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공손한 태도입니다. 즉 잘 들어드리고, 따뜻하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업무를 도와드리면 됩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분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권리들이 손상받지 않도록 늘 법령과 편람을 공부하면서 말이죠.
중요한 것은 '특별민원'이라고 개명한 '악성민원'을 응대하는 자세입니다. 그들은 '일반민원'과 다릅니다. 그들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은 다수의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뭐 그 정도에 아프냐' 할 수 있지만 '악성민원'과의 만남은 어느 날 난데없이 절벽에서 떨어진 돌을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과 육체가 파괴됩니다.
그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처럼 우리도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요. 첫째, 우리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면 안 됩니다. 귀담아듣지 말고 그냥 흘리면서 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인간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자극적인 말로 폭언과 협박을 하며 가장 저렴한 말로 인격을 모독합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한 단어(ex 말귀를 못 알아듣냐 병신이냐 등)가 마음의 비수를 꽂듯이 박혔다면 그 단어를 다시 빼내는 일에 본인의 모든 에너지를 쓰시기 바랍니다. 힘들게 박힌 단어를 빼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악성민원의 큰 소리들은 작아질 것이고 이내 바람처럼 휘이잉 하는 소리만 남을 것입니다.
그들의 공격적이고 험악한 소리 말고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그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저는 민원대 투명가림막으로 날아오는 악성민원의 침을 집중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침들이 투명가림막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우환의 작품 '점으로부터'가 순간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민원인의 얼굴은 기억이 안 납니다. 그 사람을 두 번째 봤을 때도 전 처음처럼 대했고 그 민원인의 침이 투명 가림막에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을 때 기억이 났습니다. 소위 이런 민원 유형을 행정안전부의 '공직자 민원응대매뉴얼'에서는 반복 특이민원으로 분리하고 있습니다. 매뉴얼대로 하자면 그들이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도 반복하면 됩니다.
다시 바흐의 골드베르크를 틀고 이우환의 작품 '점으로부터'를 떠올리면 됩니다.
'민원공무원을 보호'하기 법적 대응 절차는 일반 국민과 다를 바 없는 직장인 공무원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직장 내의 보호조치 또한 나로 인해 더욱 줄이 길게 늘어선 방문 민원인들을 옆자리 동료에게 모두 떠넘긴 체 휴게실로 쉬로 가는 것은 악성민원을 응대하는 것보다 마음이 더 무거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덜 상처받고 덜 스트레스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악성민원의 말은 경청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업무적 말만 하고 침묵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공무원의 말들은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내는 에너지의 자양분일 뿐입니다. 이때 가만히 있기 어색하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말(ex 착한 욕)을 메모하면서 악성민원과의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좋아하는 문장'들을 적거나 나무, 꽃 그림을 그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내 것이 아니면 잊어라 (악성민원은 내 것이 아니다.)
가질 수 없으면 버려라 (악성민원은 가질 수가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공무원이라면 악성민원은 피할 수 없다.)
p.s
대담이 길어져 '공무원 중심의 악성민원 응대 매뉴얼'은 다음 편으로 이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