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청년이 지친 공무원에게 건네는 희망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by 은반지

담당자: 10월 22일 마지막 일 하신 거죠?

계약만료로 퇴사되신 거고요. 이 사업장은 계약만료 퇴사하고 추가로 일을 더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은 이 날이 마지막 근무였다는 거죠?

추가 근무 없었다면 실업급여는 신청하실 수 있으세요.


정직한 청년: 사실은 제가 그 사업장에서 3일 정도 더 알바를 했거든요.


담당자: 아 그래요? 음 그렇다면.. 여러 요건 확인해 보니 추가로 3일 근무했지만 실업급여 신청은 되실 거 같아요.


정직한 청년: 저 그리고 어제 하루 일했는데요. 제가 안 맞아서 나왔어요. 이러면 실업급여는 어떻게 되나요?


담당자: 아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아마도 그 사업장이 자진퇴사로 근로복지공단에 퇴사 신고를 할 거고요. 실업급여 신청 전 마지막 사업장의 퇴사 사유로 심사하기 때문에 선생님 이번에 실업급여 신청은 어려우실 거 같아요.


정직한 청년: 죄송한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그 사업장에 한번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담당자: 네 그 사업장 담당자 전화 연결해 주시면 제가 최종 확인해 볼게요.

해당 사업장의 인사 담당자 확인 결과 하루치 임금 계산 후 자진퇴사로 신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직한 청년: 그럼 선생님, 제가 빨리 일을 구하고 싶은데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담당자: 네 선생님은 꾸준히 동일 업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니 바로 취업하기 어렵지 않을 거예요. 관련 업무는 00층 00팀으로 가시면 되실 거예요. 빠르게 취직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힘내세요.




아주 평범한 대화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업급여 수급자격심사 업무를 하면서 이런 대화를 한 게 2025년이 시작되고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다 마친 26살의 건강한 청년과 이렇게 상식적이고 정직한 대화를 하고 나니 깨끗한 호수를 한 바퀴 산책한 느낌이었다.




자 이제부터는 정직하지 못한 청년들과의 대화 버전을 들려드립니다. 참고로 담당자의 질문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동일합니다.


담당자: 10월 22일 마지막 일한 신 거죠?

계약만료로 퇴사되신 거고요. 이 사업장은 계약만료 퇴사 하시고 추가로 일을 더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은 이 날이 마지막 근무였다는 거죠?

추가 근무 없었다면 실업급여는 신청하실 수 있으세요.


정직하지 못한 청년: 거기서 3일 정도 더 알바를 한 거 같기도 한데 문제 될 거 없죠?


담당자: 아 그래요? 음 그렇다면.. 여러 요건 확인해 보니 추가로 3일 근무했지만 실업급여 신청은 되실 거 같아요.


정직하지 못한 청년: 저 그리고 어제 하루 일했는데요. 이상한 데라서 그냥 나왔어요. 하루 일한 거니까 상관없죠? 그냥 빨리 실업급여 신청할게요.


담당자: 아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아마도 그 사업장이 자진퇴사로 근로복지공단에 퇴사 신고를 할 거고요. 실업급여 신청 전 마지막 사업장의 퇴사 사유로 심사하기 때문에 선생님 이번에 실업급여 신청은 어려우실 거 같아요.


정직하지 못한 청년: 뭐가 문제가 되는데요. 이해가 안 되네. 내가 말 안 했으면 몰랐잖아요. 그냥 10월 22일 그걸로 처리해 주세요. 하루 일한 건데 문제 안되잖아요.


담당자: 네 그 사업장 담당자 전화 연결해 주시면 제가 최종 확인해 볼게요.

인사 담당자와 확인 결과 하루치 임금 계산과 퇴사 신고를 할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


정직하지 못한 청년: 제가 그냥 말이 잘못 나왔던 거고요. 거기 일한 적 없어요. 제가 예전에 일했던 거랑 헷갈려서 그런 거라고요. 그냥 실업급여 신청해 달라고요.


담당자: 네 선생님은 꾸준히 동일 업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니 취업 알선 도움을 받기 쉬울 거예요. 관련 업무는 00층 00팀으로 가시면 되실 거예요. 빠르게 취직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어디서부터였을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였을까?

누구로 인해 이런 태도를 가지게 된 걸까. 어떤 책을 읽었던 것일까. 어떤 스승을 만났었던 것일까. 스무여섯 해가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보았고 들었던 것일까.


어떤 음악이 어떤 시가 이 두 명의 청년의 언어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어떤 시간의 속도와 어떤 풍경이 두 청년의 영혼을 정녕 이리도 다르게 했을까.


끝이 없는 질문들만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질 뿐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들이 더 많이 남은 두 청년 중 한 청년은 인간으로서 정직하며 정중했던 품위를 잘 유지하기 바라며 다른 청년은 지금 보다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인생의 변곡점을 꼭 만나길 기도해 본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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