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무조건 실업급여를 타게 해 줘요.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왜요? 나보고 어쩌라고요. 그게 아니잖아요. 뭐가 이래요. 내가 벌써 4번째라고요. 이런저런 소리 하지 말고 그냥 돈 줘요. 이게 전부라고요."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오늘 접수 서류의 심사관은 나였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았다.
배우자의 간병으로 퇴사를 한 그 민원인은 안내받은 서류를 본인은 도저히 준비할 수 없다면서 화를 많이 내고 있었다. 가지고 온 서류는 배우자의 진단서가 전부였고 건강상태는 안타까운 상황이긴 했었다.
하지만 실업급여는 '안타깝다'라고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자격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그 민원인은 신청서를 던지듯 주고 가버렸다.
최소한의 필수서류들을 거의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할 틈도 없이 나는 바로 수급자격 불인정검토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민원인이 제출한 배우자의 의료검사기록지를 보자 안쓰런 마음에 다시 한번 연락을 했다. "지금의 서류가 전부라면 실업급여는 불인정할 수밖에 없으나 저희가 안내드린 서류들을 추가로 제출한다면 조금도 검토를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이후 신청인의 배우자라는 분이 전화를 해서 술을 한잔 한 것처럼 부정확한 발음으로 "실업급여 왜 안 주냐 이 씨00들아,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 씨 00 것들아, 씨 xx~~" 이후 욕설은 한동안 이어졌고 매뉴얼에 따라 전화는 종료됐다. 그 이후로도 수십 통을 전화했다. 내 전화를 착신하고 있었던 옆 자리 주무관님도 난데없는 전화 욕설폭력을 당하셨다.
신청인의 배우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한 것은 아니니 신청인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신청인에게 한번 더 추가서류를 안내했다. 이 와중에도 배우자로 추정되는 남자의 욕설은 계속 돌림노래로 배경음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신청인과 동년배의 같은 여성 사람으로, 신청인이 참으로 불쌍했다. 아픈 배우자 옆에서 수발을 드는 것도 힘들 텐데 저런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사람으로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내가 봤던 신청인은 나이에 비해 짙은 피곤함으로 얼굴이 일그러져있었고, 온몸에 초췌함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곧 눈물이 나올 것처럼 슬퍼 보인 눈동자에 비해 쏟아내는 말들은 막 갈아낸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양쪽 귀는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것처럼 두 손으로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번 더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을 상세히 적어서 신청인의 핸드폰 문자로 보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던 이유는 안쓰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신청인이 두서없이 쏟아내는 말들 속에 서류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침착하게 해당 병원이나 지자체에 가서 발급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추가서류는 제출되지 않았고, 나는 결국 수급자격불인정 검토 보고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다른 보고서에 비해 시간이 꽤 걸렸고 쉽게 써지지 않았다. 왜냐면 서류로 증빙되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보다 애초에 없는 서류를 반박하는 것이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팀장님에게 결재를 올리려는 즈음, 신청인이 추가서류를 조금씩 제출하기 시작했다. 확인이 더 필요한 상황은 내가 직접 해당기관의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통화복명서'를 남겼다. 이후에도 추가서류들은 더 들어왔고 수급자격심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욕설폭력'을 가했던 신청인의 배우자의 전화도 끝이 났다.
나는 이곳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무엇으로 마음이 아팠을 것이고, 그들이 선택한 것은 세상에 공격적인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다움을 서서히 포기해 가는 모습들을 흔하디 흔한 사람의 한 명인 내가 목격하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저들의 읽어버린 인간의 품격이 다시 돌아오기를 묵도하는 것뿐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