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너한테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 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 나는 거야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 가사 일부>
조직에서 살아 숨 쉬는 시기님과 질투님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낸다.
(시기님이란 : 남이 잘되는 것을 샘 하여 미워함.
질투님이란 :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
25년 개인별 성과등급이 발표됐다.
업무를 바쁘게 하고 있는 와중 모니터에 '성과등급 알림'메일 알람이 왔다.
아마 전 직원에게 동시에 보내지는 알림이기 때문에 모두 메일을 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한순간 적막이 흘렀다.
결과는 본인만 안다. 그리고 우리는 함부로 등급을 내뱉지 못한다.
왜냐면 나는 높은 등급을 받았는데 옆 동료는 낮은 등급을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침묵은 계속 이어진다.
이런 일은 승진문서가 떴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1년 첫 발령을 받은 팀에서 옆 주무관님이 승진문서에 이름이 있어 환하게 "축하한다"라고 했을 때
그 주무관님은 황급히 나에게 소리를 낮추라면서 당황해했다.
내가 이해를 못 하자 그 주무관님은 '승진을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큰 소리로 축하한다'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이후로 나는 조직 내에서 '축하'라는 것은 '눈치'껏 조용하게 안 보이는데서 하는 것으로 인지했다.
어떤 팀이 일을 잘해 본부의 인센티브를 받아도 최대한 팀 안에서 조용하게 의식?을 치르고 넘어가려고 한다.
연말 각종 상을 받는 시즌에도 상을 받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상을 받으러 가고 조용히 다시 자신의 자리로 앉아 일을 했다.
조금은 들떠있는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ENFP 김주무관은 이런 식의 '축하방식'에 적응이 안 됐다.
'그냥 좋은 면 좋은 대로 표현을 하고 축하할 일이면 떠들썩하게 축하해 주면 안 되나' 싶은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니 자물쇠를 걸어야 하는 입도 힘들고 흥겨워 펄펄 나는 마음을 누르는 것도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팀장님의 한마디가 이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방방 뛰는 ENFP 김주무관을 다른 공무원들처럼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행동은 시기와 질투를 만듭니다. 시기와 질투를 당하면 힘들어져요."
다른 것으로도 이미 힘들었던 신규 김주무관은 '힘들어지는' 또 다른 것을 굳이 스스로 할 이유는 없었다.
나도 기존의 공무원들처럼 좋은 평가를 받아도 티 내지 않았고 누가 승진을 해도 '축하한다'라고 메신저만 보냈다. 우리 팀이 잘해서 어떤 인센티브를 받아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한 동기에게만 비밀스럽게 말하며 새어나가면 안 된다고 입단속을 했다.
관습형들의 끝판왕인 공무원 세계에서 오늘도 ENFP 김주무관은 본능을 속인 채 살아가본다.
(ENFP 김주무관 본능: '그런데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나야 )
그리고 상대방의 '잘됨'에 만족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구조이지만, 인간사 다 비슷하겠지 생각하며 이대로 흘러가본다.
<p.s: 나는 실업급여수급자격심사업무(고용센터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빡센 업무)하고 있기 때문에 S등급을 받았다. 작년에도 나는 S등급을 받았다. 연속 두 번 S는 참 좋은 일인데 어디에다 말할 데가 없어 이곳에서 외쳐본다. 정말 기분 좋다. 야호>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