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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쉬리 Jul 31. 2024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잊고 있었어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그림책 [내 꼬리]의 주인공 지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머나이게 뭐야?"

지호는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꼬리가 생겼다.

언제 나에게 꼬리가 생겼을까?

이런 이상한 모습으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아무도 못 보게 숨기면 괜찮을까?

어쩔 수 없이 아무도 못 보게 꽁꽁 감추고 학교에 갔어.

신경을 쓰면 쓸수록 꼬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데 짝꿍과 마주쳤다.

......,내 꼬리 봤어?”     


그림책의 주인공 지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꼬리 달린 사람이라고 놀림을 받았을까?

이상한 모습을 했으니 학교에 못 들어갔을까?

간신히 교실에 들어갔으나 왕따를 당했을까?     

부정적인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림책의 마지막은 반전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짝꿍 민희는 고양이처럼 수염이 나있었고, 머리에 뿔이 난 친구, 코가 코끼리 코처럼 길어진 친구들이 교실에 가득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거울만 보면 내 얼굴에서 입술만 못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앵두 같은 내 입술은 아니더라도 미소 지으면 예쁘게 보이는 얇은 입술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입술은 왜 이렇게 두껍지?' 거울만 보면 내 얼굴에서 입술만 보이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은 얇고 예쁜 입술을 가졌는데, 내 입술은 왜 이렇게 두껍고 못생겼을까? 짓궂은 아이들이 보면 놀릴까 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거울 속에 못생긴 두꺼운 입술은 그대로였다. 화장을 시작했을 때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어디였겠는가? 화장을 할 때도 최대한 입술이 얇아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떤 여배우가 두툼한 입술이 더 두껍게 보이게 입술 화장을 하고 나와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그 두툼한 입술! 

입술이 두꺼워도 당당한 아름다움은 그대로 표현되는구나! 

입술이 꼭 얇아야 예뻐 보이는 건 아니구나!! 

나에게 입술이 이상하게 두껍다고 손가락질한 사람도 없었는데 나는 왜 그렇게 신경을 썼을까?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며 왜 자꾸 감추려 했을까? 


이상하게도 그 후론 거울을 봐도 내 입술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 모습을 좋아하고 인정하는 것도 나 자신이고, 내 모습을 미워하게 되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어떤 순간이 나의 생각을 바꾸었던 것이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만 힘든 게 아닐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내 꼬리만 보고 있지는 않다.

사실 사람들은 나한테 꼬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나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며 나를 사랑하는 멋진어른이 되었을까?

그림책 [주름때문이야](서영/다그림책)를 보면 나름대로 멋진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던 주인공 멋진 씨가 자신의 주름을 발견한다. 주름 때문에 삶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멋지게 살던 삶이 주름을 감추기 위해 급급한 삶으로 바뀌고 말았다. 과연 주름 때문이었을까? 나의 생각은 또다시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 

거울 속에서 못생기고 두툼한 입술을 발견했던 그 때. 

못난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해 급급했던 그때. 

거짓말처럼 내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던 그때.     

어른이 된 나는 지금도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기도 한다. 때로는 남들 앞에서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서 무엇인가를 감추려고 하기도 한다. 사회에서의 기대와 기준이 나를 더욱 압박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며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한 꼬리를 하고 있는 것도 내 모습이고 주름투성이인 것도 내 모습이다. 남들과 다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남들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뿐이라고 외치며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하고 싶다. 나의 불안전함이 나를 더 소중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외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마음에게 하는 질문>

1. 어린 시절 내가 숨기고 싶어 했던 부분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2. 작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3. 타인의 시선에 대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4.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무엇인가요?


#그림책에세이 #내꼬리 #주름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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