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와 로라에게 바치는 콩트
창밖 수평선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는 곳, 언제든 달려 나가 바닷물에 몸을 던질 수 있는 곳에 우리 부부를 초대해주고, 밤이 깊도록 즐겁게 함께 놀아 준,
하비에르와 로라에게 감사의 인사로 바치는 콩트.
소금기를 가득 머금은 바닷가의 무거운 밤공기가, 포커 플레이어들의 눈꺼풀을 따갑게 눌렀다. 테이블 가운데로 짤랑거리는 칩과 함께 하루치의 피로감도 차곡차곡 쌓였다.
후안Juan은 손에 쥐어진 마지막 히든카드를 확인한다.
다이아몬드 다섯 장. 플러시.
‘이제 슬슬 이 애송이들을 마무리 짓고, 술이나 더 마시다 자야겠군.’ 후안은 생각했다.
후안은 테이블 위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핀다.
오른쪽 편에 앉아 자꾸만 한숨을 푹푹 쉬는 세뇨리따 쏘이Soy의 카드는 원 페어에 그칠 것이 분명하다.
맞은편에 앉아 매번 핸드폰으로 포커의 랭크를 확인하고 있는 초심자 중의 초심자 로라Laura는, 바닥에 놓인 7 원 페어가 전부, 나머지 7 두 장 가운데 하나는 후안의 손에, 하나는 쏘이에게 놓였으니 운이 좋으면 투 페어는 잡을 수 있겠지. 가련한 아가씨 같으니, 다음 카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갸우뚱 거리며 계속 배팅을 따라붙는다.
신경 쓰이는 건 왼편의 하비에르Javier. 바닥에 놓인 투 페어가 불안하긴 하지만, 소심하게 배팅에 따라붙는 모습을 보아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는 게 확실하다.
후안은 플레이어들이 카드를 접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야금야금 팟의 크기를 불려 나간다.
됐어. 이 정도면 두어 명은 나가떨어지겠지. 마지막 배팅이 끝나자 후안은 이제 얼굴 위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 히든카드로 8을 기다리며 스트레이트를 노렸던 쏘이가 마지막이 될 깊은 한숨과 함께 카드를 열었다. 역시나 9 원 페어가 전부.
쏘이의 카드를 확인한 하비에르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카드를 열고 팟에 두 손을 얹는다. 정직한 투 페어.
“역시나 8이 아쉬웠죠? 후안 씨도 마찬가지일 테고. 제가 남는 걸 다 가져가 버렸으니.”
후안이 자신의 손을 하비에르의 두 손 위로 살며시 얹었다.
“하비에르 씨, 8 같은 거 당신이나 실컷 가져요.”
후안이 카드를 열자, 테이블 한쪽에 빨간 다이아몬드가 쏟아지고, 깜짝 놀란 하비에르의 손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후안이 파르르 떨고 있는 하비에르의 손등을 툭 쳐내고, 칩 더미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제 자리가 몇 개 비겠지요? 슬슬 정리할 시간이 되긴 했으니.” 후안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잠자코 앉아있던 로라가 그제야 한마디 거든다.
“후안 씨 말이 맞아요. 누군가 이 집에서 나가야겠어요.”
“세뇨리따, 내 말이 그 말이야.”
“나가는 건 당신이에요, 후안 씨. 이미 집이 꽉 찼거든요.”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 된 로라가 쥐고 있던 히든카드 가운데 두 장을 뽑아 테이블 위로 던졌다. 두 장의 잭J이 부드럽게 날아와 이미 테이블에 놓여있던 한 장의 잭 옆으로 보기 좋게 착륙했다.
까사 예나Casa llena. 풀 하우스.
빌어먹을!¡Mierda!
순간 온 신경이 굳어버린 후안은 차마 그 비명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거의 자기 코 앞까지 온 칩들이 로라의 앞으로 끌려갈 때, 후안은 고개를 돌려 로라에게 찡긋 눈인사를 보내는 하비에르의 표정을 눈치챘다.
준비된 만남, 준비된 자리, 준비된 카드. 준비된 몰락.
모든 것을 깨달은 후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등대 하나 없는 캄캄한 해변에,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제 이 곳이 바닷가라는 사실을 알 방법은 전혀 없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도, 바다와 모래밭의 경계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과 빗물과 눈물도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후안은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방향도 없이 계속해서 걷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