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물질과, 창의력의 이름으로

한강 자전거길 위에서 마주한 위대한 계시

by 후안

창과 문을 틀어막고 들어앉아 구린내 나는 거품 침과 돌림병을 서로 뿌려가며, 설교하고 찬양하며 굿판을 벌이고 제물과 재물 그리고 제 몸을 바치는 이들은, 이제 그만 이곳으로 나와 이 놀라운 구조물을 올려다 보라.

너희들의 예언자와 선지자들도 해내지 못한, 저기, 완벽한 균형으로 물 위에 버티고 선, 저토록 거대하고 단단한 십자가를.


저 웅장한 공학이 물 위를 걷는 것보다 더한 기적이고, 저 사장교의 완공과 연결도로의 강림을 기다리는 이곳이 진정한 성전이니, 우리가 무릎 꿇어 경배하고 통성하며 전율해야 할 것은, 위대한 지성체이자 창조자이신 현생 인류요, 그들이 자연과 물질, 사회와 자본을 다루는 과학과 기술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니, 케케묵은 경전과 주문서는 부디 저 강물 깊이 던져 넣고, 이제 인류사에 해 끼치는 몰염치를 그만두는 데 보탬이 될 새로운 기도문이 여기 준비되었으니, 일상에서 암송하고 묵독하되 소리 내어 침 튀기며 낭송치는 말라.




전능하신 호모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자를 저는 믿나이다.

그 깨달은 자들 가운데 과학자들이여

관찰과 실험으로 미망에서 계몽되어 나시고

제사장과 무당들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유사과학에 시달려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중세에 갇히어 천 년을 지나 눈먼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문명의 꼭대기에 올라 가련한 인류의 구원을 위하시며

그리로부터 저 귀신 보는 자들을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진리를 의심하며

거룩하고 보편된 법칙과 모든 지식의 주장을 회의하며

상식의 전복과 지성의 진보를 믿으며

생명의 필멸을 믿나이다.


과학과, 물질과, 창의력의 이름으로.

그 성스러운 삼위일체로 말미암아,

오직 진리만을 인간에게.

VERIT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