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장머리 없는 개를 짖지 않게 하는 법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서울숲 인근 성수동 거리에 나들이를 나선 당신.
경쾌한 발걸음으로 골목골목을 거닐던 귀하는 어느 담벼락에서 아래와 같은 안내문을 마주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으로 주변 이웃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으니 선진반려동물문화 정착을 위하여 이웃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반려동물의 사육관리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신다면, 당신은 이 성수동 거리의 품격 있는 문화에 발을 담그기에는 충분치 못한 정도의 문해력이나 어휘력을 갖추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며,
이러한 혐의에 순순히 수긍치 못하고 그냥 "동네 시끄러우니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십시오."라고 적어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문으로 따지고 든다면, 그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늘날의 몰지각한 반지성주의 세태에 앞잡이가 되고 만 것은 아닌지 깊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마땅할 일이다.
행여라도 당신이 맛집을 찾아 들어선 골목에서 이러한 권고문을 마주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동행자에게 얕은 지성의 깊이를 드러내고, 그로 인해 긴장도 높은 대인 관계에 얕잡힐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위 안내문에 얽힌 서설을 아래와 같이 전해드리고자 한다.
성의 동쪽 바깥에 옳게 길들여지지 않은 집짐승들이 낮밤으로 소리 내어 우짖어 학습을 훼방하고 단잠을 깨우니, 동리(洞里) 간 선린(善鄰)이 크게 상하고 전가후택(前家後宅) 간 끊이지 않는 상욕상투(相辱相鬪)로 상소(上疏)가 계속되어, 언문과 인품이 탁월한 문장가를 선발하여 품계를 하사하고 중재의 임무를 내려 성동(城東)에 파견한 바, 소동파(蘇東坡)도 붓대를 꺾고 무릎을 꿇을 경이로운 글월을 일필휘지(一筆揮之) 저술(著述)하여 이를 정성껏 잉크절약모드 컬러 출력 후 방수코팅 처리하여 쓰리엠 양면테이프로 가두(街頭)에 내걸었더니, 방(榜) 앞을 오가는 갑남을녀(甲男乙女)는 물론이요 까막눈의 금수(禽獸)들까지도 크게 뉘우치며 애읍(哀泣)한 후 그 소란스러운 입을 영영 다물었음에, 이 진귀한 문장은 '성의 동쪽에 나붙은 크게 꾸짖는 글'이라 하여 성동격서(城東檄書)라는 이름으로 후대까지 전하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