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망치

아버지의 이상한 유산

by 후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남겨 놓은 것들 가운데, 도통 그 쓸모가 잘 이해되지 않는 엉터리 같은 물건이 하나 있었다.


대가리는 자루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조금만 힘 조절을 잘못하면 못이 쉽게 구부러지고, 뒤에 달린 못뽑이는 한덩어리로 뭉툭히 뭉쳐 있는 데다 너무 크게 휘어 있어 그 이름과는 달리 전혀 못을 뽑을 수 없는 이상한 망치.

장도리, 돌망치, 유리망치, 벽돌망치도 아닌, 그 쓸모가 애매한, 솜씨 나쁜 대장간에서 내다 버린 불량품 같은, 바보 망치.


망치 같은 물건을 손에 쥘 일이 크게 자주 있겠나 싶어 나는 따로 망치를 새로 사지 않고, 지금까지 종종 필요한 일이 생길 때면 바보망치 바보망치를 찾으며 공구상자에서 이 물건을 꺼내어 못 따위를 대충 두들기곤 했다.


그렇게 십 년도 더 세월이 흘러, 친구를 따라 캠핑을 나선 어느 가을날에, 캠핑 망치를 미처 구입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공구상자 바닥에서 건져 올려 들고나간 바보망치를 깡깡 두드리다가,


아아, 애초에 이 망치의 태생은 텐트 팩을 깊숙이 때려 박고, 또 쉽게 뽑아내도록 만들어진 캠핑용 망치였음을, 제가 비명을 지르며 운명처럼 그 사실을 깨닫게 될 줄을.

아아, 아버지, 알고 계셨습니까?


아버지를 따라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던 이 기형의 망치가 버려지지 않고 살아 남아, 토르의 손에 덥석 쥐어진 묠니르처럼, 결국에는 제 쓸모를 다시 찾아 힘차게 휘둘리게 될 줄을, 정녕 알고 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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