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노래를 들었다.
무려 네 번이나 동해를 찾아 나선 올여름 행적에 대한 해명으로, 무언가에 홀렸다는 것 말고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닫힌 방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즐기고, 딱히 야외 활동에 전념하는 인간형이 아닌 나에게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지옥 같은 폭염과 장마와 태풍 사이, 가끔씩 벌어지는 하늘의 틈이 나는 어쩐지 조급하기만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그렇게 부지런히 짐을 싸 들고, 백두대간 아래로 동서를 1,600km 횡단하며 어린아이보다 더 열심히 뛰어놀았던 한 계절이, 결국에는 그 끝을 찾아간다.
남은 것은 태양과 파도와 모래, 그리고 모든 태초의 진귀한 원소들이 살갗을 긁어 대며 제 이름들을 빽빽이도 새겨 넣은, 누런 방명록 같은 중년의 몸 가죽 한 장.
털어도 털어도 쏟아져 나오는 짠내 나는 모래알의 미련들.
차가운 파도에 침수되며 외이도에 조난당한 이명의 이야기들.
그리고 이제 여름의 여행이 멈춘다.
계절은 제멋대로 갔다가 그 진공을 채우러 또 찬바람을 내밀 것이다.
오색의 곰팡이들이 우수수 낙화하고, 내 몸의 열꽃들도 제 목 그어 자살하리라.
그러면 나는 획 사이사이 짠물을 닦아 바싹 마른 글자들을 늘어놓고 다시 방문을 꼭 닫겠다.
반드시, 가을이 쳐들어 올 것이다.
오늘은, 한 계절 더 누레진 崔의 시집을 일찌감치 펼쳐 말려 두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