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이름

우주의 언어들, 언어들의 우주

by 후안

종종 도시에서 멀리 벗어날 기회가 생기면, 밤이 찾아오기를 기다려 별들의 안부를 살핀다. 카시오페이아자리나 북두칠성 같이, 나 같은 밤하늘 길치도 알아볼 만한 별자리 두어 개를 발견해내고 난 후에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마음이 든다.

‘태초의 위대한 항성들이 모두 별 탈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군.’

별빛 아래에 서서 나는, 동굴에서 머리를 내밀어 별자리를 더듬어 보던 원시의 화가처럼 이런저런 이야기 속으로 내 정신을 던져 넣게 되는데, 그중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기억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밤 별빛을 올려다보고 있던 어린 나에게, 아버지가 술에 축축이 젖은 목소리로 말씀하시기를, 별처럼 그 수가 많아서 세기 힘든 것들은 대부분 이름이 한 글자로 되어 있다고 했다. 별 하나, 별 둘, 별 셋… 헤아리기 어렵지 않게 해 놓은 것이라고. 돌이며 꽃이며 흙, 비, 눈 같은 것들의 이름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술(酒)도, 잔(盞)도 그래서 그렇다고 했다.


우주의 비밀을 깨쳐 버린 사람이 된 바로 그 순간,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행복감으로 가득히 부풀어 올랐다. 태초에 오직 단 하나의 언어만이 있어 빅뱅으로 산산이 깨어져 나갔다는 것,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시 시(詩)로 되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소하고도 위대한 언어를 원소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말과 글로 하는 모든 놀이가 즐겁고 재미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글자를 그러모아 농담을 만들고, 세상을 향해 치근덕 말장난을 걸어 대는 사람이 되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