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가족들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머리 위로 뜨겁게 솟아오른 태양이 이미 자갈밭을 후끈하게 달궈 놓았다.
차곡차곡 차에 실어 온 살림들을 다시 곱게 내리는 바쁜 손길만으로도 이미 숨은 거칠어진다.
텐트를 세우고 의자를 펼치는 사이, 등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줄기에 셔츠가 자꾸만 들러붙어 귀찮다.
챙겨 간 모든 물건들은 발이라도 달렸는지, 찾을 때마다 보이는 곳에 놓여있지 않아 애를 태우게 만든다.
화장실이며 개수대는 저 머나먼 산길 아래, 가파른 언덕을 굽이굽이 돌아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그러니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들이켜는 즐거움도, 기름 묻은 그릇을 만들어 내는 포만감도 죄의식을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계절마다, 장소마다 바뀌며 땅주인을 자처하는 곤충들은, 이번에는 몸집이 커다란 개미떼다.
개미들은 앞다투어 기어 올라간 텐트의 꼭대기에 빨아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작전을 변경해 텐트 안으로 끝없이 침투를 시도한다.
새벽에는 빗방울이 텐트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비가 언제까지, 얼마나 내릴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누운 등 아래로 느껴지는 돌멩이의 질감만큼이나 성가시게 수면을 방해한다.
다행히 비가 멎고 여명이 비치면 이번에는 온갖 종류의 새들이 날아오르며 숲이 흔들리고, 그중에서도 목청 좋은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늦잠을 고집하기가 힘들다.
텐트 바깥으로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어 보면, 이튿날 밤에 부주의하게 놓아두었던 물건들이 온통 비에 젖어 있다.
습도가 올라가면서 가지고 간 티셔츠 석 장으로는 턱도 없을 정도로 다시 땀이 쏟아져 나온다.
해가 질 때쯤엔 조심성 없이 촛불 랜턴을 만지다가 손가락 끝을 데고 말았다.
그런데도 불쾌한 기분은 단 한순간도 찾아오지 않았다.
간간이 산 아래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면 모두들 바람에 대해,
커다란 달이 숲 위로 떠오를 때는 모두 달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람이 참 시원하다, 달이 정말 크고 밝다, 하는 하나같이 뻔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기분 좋아지는 말들이었다.
낮에는 천막 그늘 아래 숨어 실없이 나무 조각이나 깎았다.
손에 하나씩 쥐어진 애꿎은 목각들은, 국 한 술 떠먹기도 힘들어 보이는 뭉툭한 숟가락이며, 말과 토끼라고 주장되는 전설 속의 동물을 닮아 가기만 했다.
그나마도 시시해지면 바닥에 나무토막을 대충 던져둔 채 의자에 몸을 기대어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음악을 고르는 일 말고는 단 한 번도 휴대전화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해가 기울면 태초의 인류처럼 장작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낮에 하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싱거운 농담들을 낄낄 주고받으며 남은 술을 비웠다.
그 모든 장면들을 지나는 동안, 나는 이 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임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말끔히 샤워를 마치고 나면 아니나 다를까, 역시 집이 최고야 하는 익은말이 또 입에서 튀어나오지만,
다음 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흙을 털어 내고 햇빛 아래 텐트를 널어 말리며 우둔한 미련에 휩싸여야 한다.
그러면서, 다음번에 우리 또 언제 어디에서 만나 함께 헛되이 시간을 보낼까 궁금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