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깼는데 창 밖 멀리 해가 떠올랐다.
잠결에 일어나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지만 사진은 결코 눈을 쫒아오지 못한다. 장엄한 광경. 내일도 볼 수 있을까. 횡단열차 이틀 째가 되니 제법 적응을 한 듯 싶다. 첫날에는 자도자도 지겹고 과연 이렇게 삼일을 넘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는 일정에 맞춰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살짝 책을 읽고 점심을 먹고 월리를 찾아라 두 장 정도 하고 잠깐 잤다가 20분짜리 정차역에서 내려서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에 먹을 러시아식 만두와 코울슬로 같은 샐러드를 산다. 또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빙고 2판, 저녁을 먹고, 하오카를 두 편 보면 금새 잘 시간이다. 확실히 어제보다 하루가 짧아졌고, 서툰 바디랭귀지로 윗칸 모자와 약간의 대화도 나눴다. 정차역에서 키르키즈스탄 아저씨가 Mogolian? 하고 물어서 No, south korean 이라고 답하니 '오! 안냐세여!' 라고 답한다. 친절한 키르키즈스탄 아저씨. 열차에다가 누군가가 수면가스를 뿌리는게 분명하다. 24시간 중 12시간은 자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잘 가는 거지만... 똑같은 풍경만 계속되는 시베리안 풍경이 지겨웠는데 오늘은 정준일 음악을 들으며 30분 정도 풍경을 보며 사색에 잠겼다. 침엽수, 툰드라, 시베리아... 지리 시간에 배운 것들. 내일 하루가 더 짧을 것 같다. 내일 모레 새벽에 이르쿠츠크에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