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17/D+11/Irkutsk->Moscow

by 앓느니 쓰지

11시간 이제 11시간 후면 모스크바에 내린다.

6월 6일에 시작된 세계여행이 이제 열 하루가 지나갔고 우린 지구 둘레의 1/4을 열차로 건너왔다.(정확한 길이는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지) 횡단열차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160시간의 긴 여정 속에서 러시아의 작은 사회와 만난 것 같다. 러시아라는 나라 자체가 광활하다 보니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동안 꽤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통 러시아인-백인부터 몽골계, 키르키즈스탄계, 관광 온 중국인들과 노동하러 온 북한 사람들까지. 설국 열차를 꼭 닮은 이 열차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제 각각의 이유로 열차에 올라탔다. 시즌1 시즌2 도합 대략 20여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거쳐갔다(우리 6인실을).


기억나는건 두 커플의 모자였는데 첫번째 모자는 대략 열 여서일곱의 아들과 엄마였다. 아들은 2층을 사용하면서 좀처럼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듬직했고 조용했고 무심한듯 보였지만 언제나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자는 CHITA라는 역에서 내릴 때까지 2층 사람들로서 1층에 있는 우리를 배려하고자 노력했고, 덕분에 우리도 큰 불편없이 이르쿠츠크까지 갈 수 있었다. 두번째 모자는 시즌2에 만난 마르크 모자였는데 이름을 알 정도로 마르크는 우리와 친밀하게 지냈다. 열차에 올라타면서부터 예사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우리에게 카드게임을 하자며 트럼프를 건넨다. '듀르카'라는 게임이었는데 러시아 말로 엄마가 룰을 설명해 줬는데 우리가 잘 못알아들어서 게임을 오래할 수는 없었다. 나는 대신에 '같은카드찾기'와 '도둑잡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줬고, 아이들과 이내 재미있게 놀았다. 엄마는 마르크에게 영어로 대화하도록 강권했다. 우리는 하이, 땡큐, 원, 투, 쓰리, 같은 단어들만 주고 받았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열차에는 유독 엄마나 아빠가 혼자 타고 애들이 같이 타는 사례가 많았다. 러시아가 유독 술을 좋아해서 이혼률이 전 세계 1위라고 하는데 그것과는 상관없는 일일까? 웬지 그렇게 생각하니 유독 담배피는 러시아 사람들이 외롭고 고달퍼 보인다. 이 나라 사람들은 특별히 담배를 많이 피는 것 같다. 10대부터 공식적으로 피는듯...7일간의 횡단 열차로 러시아 사회 전체를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관광지나 돌아다니고, 맛집이나 찾아다니는 것 보다는 그들과 자고 먹고, 놀면서 잠깐이나마 러시아 사회에 들어갔다 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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