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14/D+38/Munich in Germany

by 앓느니 쓰지

50명짜리 대형 도미토리에서 일기를 쓴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지도. 여기는 뮌헨에 잇는 The Tent라는 공간. 난민수용소라면 더 잘 어울릴 곳. 대형 돔텐트에 매트를 깔고 눕는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잘 수 있나?' 라고 말하기에는 오늘 뚫고 온 비가 너무 거셌다. 뮌헨 중앙역에서 이 곳 캠핑장까지 트램으로 25분 걸어서 10분 거리. 10분 걷는 동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그 거센 비를 뚫고 도착한 이곳. 어쩌면 천국같은 곳이다.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되고, 텐트가 비에 젖을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보다 훨씬 어린 프랑스 남자, 여자애들이 이미 모여 왁자지껄 시끄러운 곳. 키친에는 이전 여행자들이 두고간 음식들이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엄청 더럽지도 않은 곳. 거대한 텐트와 1장의 매트 2장의 담요로 오늘 밤을 지낼 것이다. 불과 10시간 전만해도 렌트카 덕분에 편리했고, 지난 5시간 동안은 블라블라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뚜벅이 여행자가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과 고달픔. 우리는 5시간 동안 보다 편안하고, 저렴하게 슬로베니아에 가기 위해 결코 녹록치 않은 독일의 인터넷 환경과 씨름했다. 결국 오늘 내일 슬로베니아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폭풍우를 뚫고 이 곳에 정착해 어쩌면 내일 모레까지 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에 하루 자면서 이 곳이 얼마나 추운지, 시끄러운지 경험하고 판단해야겠지. 경험하고 판단하기. 여행을 하면서 익숙해진 Lifestyle.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낯선 환경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습관을 선사한다. 경험하며, 실수하고, 신중하게, 또 그 신중함이 불편하지만, 생존을 위해 그렇게 조금씩 배워나간다. 춥고 고달프지만 성장하는 것이겠지? 쾰른성당, 아헨성당, 하이델베르크성, 노이슈바인스타인성보다 이 곳 텐트촌에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여행과 인생에 큰 자양분이기를...재밌다. 아직까지 여행이 재미있다. 다행히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 남들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많이 찍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일이 재밌다.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이 걷고, 추운 곳에서 자고, 자주 씻지 못하겠지만, 호텔방에는 없는 발랄함과 음침함이 이 곳에 있다. 그래도 호텔에서 자고 싶긴 하다. 호텔방에. 가이드 딸린 차. 돈이 좋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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