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16/D+132/Mirleft Morocco

by 앓느니 쓰지

대서양 앞에 와 있다.

떠나기 전 생각도 못했던 곳 모로코의 미를레프트. 소망이가 모로코 정보 알아보다가 너무 좋았다는 누군가의 의견에 따라 오게된 곳. 역시나 너무 좋았다. 방금 한 무리의 프랑스인들이 인사하고 지나갔는데 역시나 이 나라에는 프랑스인들이 많다. 프랑스인들도 많고, 모로코 사람들도 프랑스어를 많이 쓰는 곳. 덕분에 오랜만에 프랑스어를 잔뜩 쓰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배운 프랑스어. 한 때는 흥미로웠고, 좌절감에 쉽게 포기해버린 나의 전공. 지금 생각해보면 뭐하러 그렇게 쉽게 포기해 버렸나 싶은데 당시에는 심각했다. 대학교에 왔는데 현지 유치원 수준이던 나와 이미 유창한 수준이었던 동기들. 그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날들이 있었지. 그 간격을 좁히는 일을 넘 쉽게 포기해 버렸나 보다. 그 때부터 였을까? 무언가 쉽게 포기하는 습관이 든게. 그래도 뭐 괜찮다. 어버버버 했지만 불어로 여기서 서핑을 배웠으니! C'est la vie! 다시 미를레프트 이야기로 넘어와서 미를레프트의 키워드는 서핑, 대서양, 사람들, 별자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도를 몸으로 느꼈다. 영화에서 나오는 집채 만한 파도를 가로지르는건 아니고 작은 파도에 몸을 일으키는 수준이다. 그 초보족인 수준에도 보드를 밟고 일어날 때의 짜릿함이 있다. 잠깐이지만 대서양을 가르는 느낌. 3초 정도의 느낌을 위해 한 20번 정도 넘어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해야 한다. 넘어질 때는 내가 이 고생을 왜 이렇게 사서하나 싶다가도, 왠지 한번만 더 하면 안정적으로 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실수의 반복. 도박에 많은 돈을 탕진하는 사람들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행복한 멍청이 짓'을 또 하나 배운다. 써핑을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배울 수 있었던건 Cafe Atlas의 친구들 덕분이다. 아지즈, 수피안, 이네스 그리고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아이를 임신했던 미소가 이뻤던 모로코 여인가지. 원래 3일 동안 하루만 강습하고 이틀은 연습만 하는게 1000디르함인데 깎아달라는 내 말에 800디르함만 받아 준 사람들. 오렌지 쥬스, 빵, 민트차 심지어 꾸스꾸스까지 뭔가를 내어줄 때마다 "얼마야?" 라고 묻는 우리에게 "돈 낼 필요없어! 우리는 친구잖아!" 라고 말해준 이들. 가격을 물어본 우리가 뭔가 민망하게 느껴졌다. 써핑을 가르쳐줄 때는 계속해서 잘한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같이 서로의 말들을 배우며 신기하다고 킥킥거리고, 젬베와 까혼을 쳐대고, 웃고, 떠들고, 춤추는 그런 미를레프트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것들을 듬뿍 나누며 행복한 날들을 보낸 곳. 여행한 곳들 모두 쉽게 잊혀질 곳이 없는데 특히나 이 대서양, 이 작은 마을 미를레프트는 정말 잊고 싶지 않다. 슈퍼 아저씨, 숙소 주인, 고양이들까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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