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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Nov 14. 2018

EP15. 나도 당했다. 신용카드 해외 도용.

당신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지지난 주 금요일이었다. 저녁 8시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임OO 고객님이시죠? 하나은행 무슨무슨 부서입니다. 고객님 **** 신용카드가 해외 사이트에서 거래요청이 들어와서 연락 드렸습니다. 혹시 고객님께서 사용하신 내역이 맞으신가요?"


나는 당연히 보이스 피싱이겠거니 생각 했다. 요즘 보이스 피싱이 피해자의 상황을 놀랄만큼 정확히 도용한다더니 내 여행정보까지 알고서 피싱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형식적으로 네 네 하며 대답을 하다가 끊었다. 음 보이스 피싱인거 같은데 왜 계좌이체 유도나 신상정보 요구를 안하지? 이상했다.


주말이 지나고 카드 어플을 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이름으로 내 돈 16만원이 빠져나간 것. 금요일의 그 전화가 보이스 피싱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내 카드는 도용되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얼른 하나은행 콜센터에 전화했다. 콜센터 직원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고객님 지난 주 금요일에 고객님 계좌로 해외에서 승인 요청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대부분 고객님 소비패턴과 맞지 않아 저희가 승인거절 하다가 한 건이 승인 요청이 된 상태입니다."

으앜!!!! 내 16마넌!!!!

한 건도 아니고 여러 건이나 누군가 내 신용카드를 마구 마구 긁었다. 다행히(?) 하나은행의 대처로 매입된 결제는 한 건에 불과했다. 무서웠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특히 신용카드 복제가 잘 일어난다는 남미에서는 어쩔 수 없이 ATM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기계에서 돈을 뽑았고 감시카메라를 의식하며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으로 가리고 뽑을 때마다 카드 투입구도 항상 흔들어 보는 등 언제나 주의를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털렸다. 여행이 끝나고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카드회사에서는 앞으로의 처리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단 가맹점에 해당 사용건은 우리 고객의 사용이 아니므로 취소해 달라고 요청을 한다고 했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리면 2~3달은 걸린단다. 돈도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답은 못 드린다고. 불안한 마음에 검색해보니 어떤 사람은 바로 환불처리가 됐다는 사람도 있었고 결국 못받았다는 후기도 있었다. 16만원이면 백수생활하는 나한테는 너무 큰 돈인데...못 받을 수도 있다니...나는 무서웠고 열 받았다. 대체 남미 어떤 나라에 사는 후안 도밍고 로드리게스냐????? 으.... 내 돈!!!!


28만원, 1200원, 12만원 개자식들 다양하게 많이도 긁었네...

그러나 다행히 하늘은 스스로 돕는 백수를 돕는다. 다음날 하나은행에서 또 전화가 왔다.


"고객님 해외승인된 건에 대한 환율 차액 1600원이 이번 주 내에 입금될 예정입니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1600원이요? 그럼 이번 신용카드 도용 건에 대해 제가 받을 수 있는 돈이 1600원 밖에 안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고객님 아마 해당 건은 환불처리가 되셨구요. 환율 때문에 발생한 차액이 환불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려서 드린 전화예요"


오!!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어플로 계좌를 확인해 보았다. 오!! 정말 돌아왔다 피같은 내 돈 15만 9천원!! 하나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진정 오늘도 살아계시는군요!!!ㅠㅠ 너무나 다행히 환불과정이 굉장히 빨리 처리 되었다. '그래도 돈은 돌아오겠지...' 생각 하면서도 그 기간이 너무 늦어지면 갓백수의 삶이 피폐해질 것이 뻔했는데 이렇게 빨리 처리되다니 정말 불행 중 다행이었다. 거지같은 일은 매일 있지만 그 와중에 또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억될 일이 그래도 잘 처리 되었으니 흑역사까지는 아니고 회색역사 정도? 휴 정말정말 다행이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났기에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내 경험을 토대로 혹시라도 해외여행 중에 카드사용을 하시는 분들께 여행 시 신용카드 관련 규칙을 아래와 같이 적어 본다.


1. 해외에서 카드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세요.
- 찾아보니 해외 도용이 남미와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털린 사람 이야기도 봤어요.

2. 부득이하게 신용카드를 써야 한다면 다음의 사항을 꼭 기억하세요.
- 되도록이면 은행 안에 있는 ATM을 이용하시고 사람 많은 ATM을 이용하세요.
- 식당 등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절대 웨이터에게 카드를 주지 말고 직접 카운터에서 결제해야 합니다. 웨이터가 범인인 경우도 많아요.
- ATM 카드 투입구를 마구마구 흔들어 보세요. 감시카메라나 카드 복제기가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ATM에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는 반드시 한 손으로 다른 손을 가리세요. 당신의 비밀번호가 도촬될 수 있습니다.

3. 불법 카드 사용이 감지되면 곧바로 해당 은행에 전화하세요.
- 저는 장기여행자여서 핸드폰을 정지시켜 문자도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여행 중 내가 사용한 결제가 아닌데 결제가 되었다고 문자를 받았을 경우 지체없이 해당 은행 콜센터에 전화해야 합니다.

4. 여행에서 돌아온 후 카드 해외 결제 기능을 중지시키세요.
- 카드사에 전화로 해외 결제 자체를 중지하는게 가능합니다. 그게 안된다면 해외 결제 최대 한도액을 0원으로 해달라고 하세요. 혹시 해외에서 너무 많이 신용카드 사용을 했을 경우 정기적으로 카드를 다시 만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명심하라. 신용카드 해외도용은 당신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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