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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앓느니 쓰지 Aug 01. 2019

뽑는 자와 뽑히는 자

"부담되지 않으신다면 혹시 제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처음이었다. 이 회사에 들어와서 한 10번 정도 인턴 채용을 진행했는데 자신의 탈락 이유를 묻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탈락에 대한 분노나 납득하지 못함이 아니었고 탈락이라는 실패를 발판삼아 한단계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그의 질문은 진지했고 예의발랐다.

이제 공은 내게로. 이 성실한 청년에게 나는 무어라 답해줘야 할까. 실제로 그는 최후의 2인이었다. 모자람 없는 경력과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서. 글을 다루는 회사에 지원한 인턴답게 글쓰기 스킬도 나무랄데 없이 계속해서 보고싶게 만드는 문체와 논리력이 있었다. 최종합격자와 종이 한장 차이. 아마 나는 결국의 결국,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최종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그저 '느낌'이 더 좋았거나, 어쩌면 '저 사람이 더 말을 잘 들을 것 같아서' 라는 이기적인 선택이었을지도. 그에게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캄캄했다.

쓰고 지우기를 수십번. 실제로 짧은 문자 하나를 보내는데 한시간 정도 걸렸다. 그 문자는 탈락이유고지라기 보다는 내 반성문에 가까웠다. '당신이 부족해서 탈락한게 아닙니다' '뛰어났지만 어떤 부분에서 저희가 찾는 사람과는 약간 색깔이 달라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예의 차리는 척 했지만 그에게는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말들을 문자에 적었다. 어쨋든 반성문을 써야 집에갈 수 있으니까.

가끔 면접을 끝내면 백정이 된 기분이 든다. 희망을 단칼에 잘라버린 사람.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외면하고 소를 잡는 백정 같이 누군가의 절실함을 계속해서 배신하다 보면 25일 마다 통장에 숫자가 찍힌다. 미싱은 잘도 돈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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