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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환Juancho Dec 22. 2022

'유대인 교육법'의 실체

1인칭의 삶과 3인칭의 세상

이스라엘에 있는 내내 한별이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현지에서 알게 된 스무 살 청년.

퍽 신기하게도, 한국인이지만 이스라엘 사람이다.


무슨 말이냐면,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스라엘에서 살았다는 얘기다.


대화해보면 티가 난다. 보기엔 동양인인데 말투가 약간 어색. 정체성도 영락없는 유대인이다. 초중고 교육도 거기서 받았고, 군복무도 3년을 희망한다. 3년? 이스라엘 군대가 3년이니까.


어찌저찌하여 그는 일주일 가량 우리랑 동행했다. 너무나 고마웠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기꺼이 통역&가이드 역할을 해줬으니까. 나도 한별이가 좋았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 친구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한국에 대한 얘기를 해 주는 것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이해관계(?)가 맞았다. 한별인 한국에 대해 잘 몰랐고 나는 이스라엘이 궁금했다. 문화, 역사, 생각… 서로 흥미로워했다. 나이대가 맞아서인지 말도 잘 통했다.


이곳저곳 많이 구경했다


맥락은 기억 안 나지만, 한 번은 한별이가 넌지시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이스라엘 교육'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엥? 그게 뭔 말이에요?"


아마도 이런 의문이었나보다.

'똑똑한 유대인들' 프레임, '탈무드'라든지 '유대인 교육법' 같은 게 화제 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별생각 없는 내게도 '유대인=부자들' 정도의 이미지는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유대인. 나탈리 포트만도 유대인! 심지어 마크 주커버그도!



상상 속 유대인 특) 일단 잘 나감


뭔가 스마트하고 똑 부러진 스타일.

사리분별 있고 돈에 밝은 철저한 사람들.

'유대인처럼 가르쳐라' 하는 교육 슬로건도 봤던 것 같다.


"아… 근데 아닌가요?"


한별이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다.

그 사람들이 잘난 거랑 이스라엘(혹은 유대인) 교육이랑은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다.


상관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성공은 별개, 그저 개인의 성과일 뿐이고 여기 사는 사람들도 크게 관심이 없단다. '유대인 특유의' 교육을 받지도 않고. 심지어 실제 이스라엘 국민들의 경제 수준은 처참히 낮아서(!) 유대인 평균을 내면 여기서 다 깎아먹을 거(!!)라고 했다.


오…?!


더 신기한 사실.

알고 보니 '유대인'이라는 개념도 이스라엘인을 통칭하는 게 아니다. 유대교를 '믿으면' 유대인이라고 했다. 생물학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종교적 - 정서적 개념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 중엔 동양인도 흑인도 있다.


또한 이스라엘 내의 유대인은 직업 상으로 '종교인'으로 구분되는데(물론 엄청나게 많은 종파가 있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다. 종교 활동만 한다. 국가는 지원금을 준다. 교리 상 피임 자체가 죄악이라 아이를 많이 낳는 게 미덕이고, 자식 생기면 돈을 더 준다. 종교인은 그렇게 놀고먹는다(...) 그럼 돈은 누가 벌어? 바로 이스라엘 내 비종교인들. 그들은 노동을 한다. 하지만 충분히 벌지 못한다. 그래서 불만은 어마어마하다고. 쓰다 보니 정리가 안되는데...


어쨌든'유대인 교육법'이라는 건 실체가 모호한 단어였던 것이다.


다만 그런 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코스엔 필수적으로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있는데, 재밌게 놀다가도 마지막 날 비극의 현장을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끓어오르게 된다고. 한별이도 그런 계기로 이스라엘 군 입대를 희망하게 된 듯했다.


지중해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그리고도 한참을 한별이와 이야기했다. 나는 한국의 세대 갈등을 얘기해 줬다.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헤어졌다. 인스타 아이디를 공유하긴 했는데.


마지막 하루는 공식 일정이 없었다.

텔아비브로 넘어가서 지중해 해변을 거닐었다. 예루살렘과 달리 텔아비브는 휴양지 같았다. 해질녘이 되자 하나둘씩 무선이어폰을 끼고 러닝 하는 사람들이 나오더니 무리를 이루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한참을 수영했다. 온도도 적당하고 출렁임도 재밌다. 너무 좋았다(그래서 출국일엔 일찍 일어나 해수욕 한번 더 했다).


파도가 목까지 올라오는 물 안에서 점프를 하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렴풋이 혹은 으레 그렇겠거니 했던 지식들이 사실은 터무니없을 수 있겠구나.

내가 아는 것들은 얼마나 얕은가.


일주일의 이스라엘 출장은 새삼스럽게도 알려줬다.

'1인칭의 삶'과 '3인칭의 세상' 간의 괴리는 상당하다고.


세상은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고 나는 그 속에서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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