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8일 후

by 조정환Juancho

시간이 잘 맞은 타구처럼 쭉쭉 뻗는다.

오늘은 15번 글 '벌써 금요일'로부터 28일째 되는 날이다.


기다리던 필기 결과는 합격이었다. 실무 평가 전형을 봤는데 여기서도 통과해서 최종 면접을 봤다. 지금은 그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I'm in the endgame now.


그거 말고는 뭐. 날이 조금 더 추워졌고, 발의 상처는 다 아물었으며,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문제 없다.


월요일 제주행 항공권을 검색할 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나아질 수 있다면, 심연에서 꺼내온 듯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자 했다. 한 구석에는 '이렇게 훌쩍 떠나본다고 달라지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리고 둘째 날 밤 깨달았다. 내가 잡은 지푸라기가 되려 포클레인처럼 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걸.


<갑자기 올레길을 걸은 남자 이야기>를 쓴 이유도 마찬가지다. MBC 필기에 떨어지니까 나는 더 이상 방송을 보기 싫었다. 넷플릭스든 웨이브든 티빙이든 유투브든, 허탈함과 배신감이 동시에 들었다. 브런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이 채널을 마무리할까나... 아니 그냥 일단 제주도 갔다 와서 접자, 정도로 앞길을 열어둔 상태. 하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뭔가 달라졌고, 그 변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보글도 아니지만 '올레길'을 내세워 어그로를 끌어봤다. 제주도 만세, 올레길 만세!


이 기록은 사실 처절하고 쪽팔린 일기다. 하지만 그만큼 진심 담긴 고백이다. 성장의 흔적일 수도 있다.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짧은 글들을 썼고, 다듬었고, 올렸다. 그리고 소망한다. 누군가에게 요것들이 아주 조금의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비웃어도 좋고 아주 잠깐 읽고 말아도 좋다. 어떠한 식이든 당신과 나와 아주 조그마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당신이 나의 방황을 보며 위안이든 희망이든 긍정적인 뭔가를 갖게 된다면 그건 내가 재밌어하는 일이다. 뭐가 되든 나는 이런 일을 계속하고 싶다.


다음에는 어떤 콘셉트로 쓸지 모르겠다.

여하튼 <갑자기 올레길을 걸은 남자 이야기> 끝!


이제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