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전혀 없다. 충분히 걸었다. 관광지 한 곳 들르지 못했지만 성게국수와 고기국수는 먹었다. 무엇보다 ‘어딘가에 갇혀버린 느낌’이 사라졌다. 어디였는지 모르지만 난 스스로 그곳에서 빠져나왔다고 확신했다.
5일 만에 다시 제주공항.
감귤차 한 팩과 과자 몇 개를 사서 비행기를 탔다. 면세점도 지나친다. 짐은 처음부터 배낭 하나. 한 시간 걸려 김포공항, 또 한 시간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5일 만에,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그대로인 핸드폰 속 세계. 미디어를 끊으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싶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다리던 마지막 방송국 필기 결과도 아직. 방도 5일 전 마지막으로 내가 정리해 놓은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 페브리즈를 칙– 칙– 배낭 속 땀내 나는 옷들을 꺼내 바구니에 넣는다. 커피포트 물을 끓이고, 카누 스틱 하나를 탄다. 유투브 뮤직에서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고, 맨발로 마룻바닥을 밟는다. 확실하다. 달라진 것 없는 우리 집에서 나는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