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청률을 믿을 수 있을까?

<주간산악회>를 겪으며 떠올린 첫 번째 질문

by 조정환Juancho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한참이 지났다.


사실 마지막 방송 주부터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됐다.

여유 시간이 생겼지만(난 지금 휴가 중이다)

미뤄왔던 개인적 일들을 해나가느라 좀처럼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던 것이다.

요 몇 달 내 인생엔 브런치보다 더 중요한 것들 뿐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 주가 지나가버렸다.


슬슬 불안해졌다.

<주간산악회> 제작 당시의 기억과 감정, 깨달음이 휘발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안된다. 그것들을 흘러가게 두면 안될뿐더러 '나의 무언가'로 바꿔 놓아야 한다. 그러고 싶었다.

내키진 않지만, 난 '상황이 어찌 됐던 되는 대로 써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쓰기로 했다.


글 주제는 '<주간산악회>에서 방송을 만들며 생긴 의문과 내가 내린 답'이다.




첫 회가 나가고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시청률이 너무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가구시청률 0.8%


단톡방이 한동안 조용했다(고 난 느꼈다).


우리 프로그램은 가구시청률 1%를 채 넘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최소 2프로는 넘을 줄 알았는데.


'만드느라 고생했으니 보상받아야 한다(혹은 받을 거야)' 같은 대책 없는 기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난 <주간산악회>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등산 예능'이란 장르가 전에 없었고, '자연 풍경'이 주는 청량함이 있으니까. 이 쪽에 관심 있으면 무조건 볼 거라고.


물론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제작 과정에서 타협하는 부분이 생기고, 기한에 치이다보니 퀄리티가 맨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0.8은 정말이지 예상 못한 숫자였다. TV를 보면서 '쯧쯧 저런 걸 만들었네'라고 고개를 돌리게 하던 프로그램도 3%가 훌쩍 넘던데. 우리 프로그램이 그보다 못한다고?


하지만 방도가 없다.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사실은 감상에 빠질 시간도 없었다. 바로 2화 자막을 써야 하고, 3화 예고를 편집해야 했으며, 동시에 답사를 가야했으니...


그래도 우리 프로그램을 칭찬하고 응원하는 분들도 꽤 많이 계셨다


바로 깨달았다.'내가 너무 얕봤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프로그램의 첫 시청률이 나쁘자 회사의 시선도 따뜻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사실 따뜻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부정적이었다. 사실 당연하다. 결과 앞에서는, 그 전 과정들은 마치 없던 것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팀워크가 좋고 현장 분위기가 좋고... 이런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속이 쓰렸다.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들었다.

TV 시청률을 믿을 수 있을까?

정확히는 이런 거다. TV 시청률과 프로그램의 가치가 비례한다고 볼 수 있을까?


잠깐, 오해 금지. 우리 프로그램 시청률 낮다고 해서 심술부리는 게 아님을 밝힌다.

준비생 때부터 'TV 시청률 산출 방식이 너무 허술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실제로 현업에서 '시청률'이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되는 광경을 목도하니 그 의문이 증폭된 것이다.


이런 생각은 막방 때까지 이어졌다. <주간산악회>의 완성도가 지금보다 높았다면, 시청률이 그만큼 올랐을까?

내가 내린 답은, 아마도... 노(No). '시청률을 높이는 방향 = 퀄리티 상승'이 아니라면, 시청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며, 그럼 대체 무엇이 좋은 프로그램이란 말인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청률? 화제성? 퀄리티? 앞으로 무엇에 포커스를 맞추고 제작해야 하는가?


예전에 나영석PD님이 인터뷰인가에서 '예능 장르에서 우리가 하는 일(TV)과 웹 플랫폼에서 콘텐츠 만드는 일은 전혀 별개의 성격이다.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시장에 있다'라고 했는데 그 문장 머리에 맴돌았다. 그즈음인가, 김태호PD님 인스타에서 그가 '콘텐츠의 성공은 매칭의 문제다'라는 말을 밥 먹듯 한다는 얘기도 읽게 됐다.


1년 조금 넘는 기간, 난 영상 편집자와 프리랜서/유투브 PD를 하며 단순히 '영상을 어떻게 잘 만드냐'에만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그냥 잘 만들면 알아서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잘 만든다'의 기준도 제각각이며 '잘 된다'의 모습도 다르다. 그 많은 관점과 생각들을 앞에 깔아놓고, 이제부터 나는 선택지를 하나씩 따져가며 나의 기준을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서서히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이제야 진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