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항을 100여번 가면 생기는 일

제3의 고향 -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by 앙티브 Antibes

주) 이 매거진의 대부분의 글들을 모아 브런치북으로 발간하였습니다 (21년 10월 30일).

매거진의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발간하게 되면, 매거진에서는 사라지게 되서 아쉽긴 하지만, 브런치북과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europe-medieval



CDG 2E/2F

무슨 코드명 같다.

사실 코드명이긴 하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 나름 표준화한 공항의 코드이기 때문이다.

바로 Charles de Gaulle 공항, 그리고 2E/2F터미널.


20180718_201807.jpg 여기는 2F터미널. 인천에서 KE를 이용하면 주로 2E에 도착하게 되고, 다시 유럽 다른 도시로 이동할 경우 보통은 2F에서 연결편을 이용하게 된다.


프랑스 남부에서 살기 전 부터 숱하게 다닌 출장 중 1/3은 유럽 출장이었는데, 파리가 목적지가 아닌 경우에도 파리 공항을 내 집 처럼 드나들었었다.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선택한 국적 항공사 덕분으로 그리고 나름 국적기 중에서는 1등 항공사인데다 그 항공사가 가입한 항공사 연합에 속한 이웃 항공사의 허브 공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항공사 연합을 이용하면 짐 연결이 바로 되기도 하고, 일정 마일리지 이상이 모이면, 라운지 이용이 가능해서 샤워, 간단한 식사와 aperitif, 간단한 업무 처리 등이 가능해서 편한 점이 많았다. 마일리지 등급이 올라갈 수록, 별도의 체크인 라인, 우선 탑승 등의 혜택도 있어, 탑승객이 많은 날은 시간 절약이 정말 쏠쏠했던 것 같다. 가끔 voluntary upgrade도 되어, 차상위 좌석을 이용하는 날엔 시차와 격무에 시달리던 출장길에 밝은 햇살이 내리비치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공항의 목적에 충실한 공간 이용도 중요하지만, 공항을 자주 이용하다보면 공항에서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목적에 충실한 공항 공간 외에도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알 수 있다.


CDG에도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우선 인천공항에서 파리 공항을 경유하여 유럽의 다른 도시를 이동할 때의 공항 내에서의 itinerary는 다음과 같다.


최소 8시간 이상 되는 비행을 하다보면 온 몸이 뻐근하고 머리도 헝클어지고 피부도 엉망인 상태가 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그 즉시 AF 라운지로 이동하여 뜨거운 물에 샤워를 마친다.

KE 비행기를 탑승하면 CDG 2E 터미널에 도착하게 되는데, 보통 AF로 연결편을 이용할 경우 2F터미널로 이동하여 연결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여 보통 2F터미널에 있는 AF라운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2E 터미널에 있는 AF 라운지를 이용했었다. 2F도 나름 국제선 연결 터미널은 맞지만 AF의 경우 유럽 내 도시 간 이동을 위한 터미널이어서, 1-3시간 비행을 위한 터미널이라 라운지가 크지 않은 편이다. 나름 2층으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샤워부스도 많지 않고 샤워 공간도 협소한 편. 라운지 음식도 hot food는 없고, aperitif를 위한 주류도 조금 부실하다. (나름 꼬냑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 편이라 KE 라운지에 비해서는 음식이나 주류는 황송할만큼 다양하긴 하지만)


하여 KE로 파리 공항에 도착해서도 2E 터미널에서 2F터미널도 이동하기 전에 2E 터미널에서 샤워와 aperitif를 즐긴다. 샤워 부스도 더 많고 (적어도 개수로만 따져도 2배 이상), 샤워 공간도 훨씬 넓으며, amenity도 클라란스 샴푸, 클렌저 등 괜찮은 편이다. 2F도 amenity는 비슷했었지만 몬가 부실한 느낌.

우선 2E 터미널 AF라운지는 그 크기가 2F의 라운지보다 훨씬 넒고, 샴페인 뿐만 아니라 각종 주류가 즐비하고 (정말 KE 라운지는 반성해야함) 와인도 운이 좋으면 Grand Cru급 와인도 음미할 수 있다. 잡지와 신문의 종류도 훨씬 많고, 무엇보다 2E 라운지에서는 칵테일도 만들어주신다. 샴페인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일품이다. 칵테일을 제조해 주시는 나름 바텐더도 있으시고, 친절하게 칵테일을 만들어주시며, 그냥 샴페인을 즐기고 싶다면 이미 5-6병 오픈하여 얼음에 모셔둔 샴페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운이 좋으면, Chef께서 직접 만들어주시는 hot food를 즐길 수도 있는데, 프랑스 요리를 라운지에서 즐길 수 있다. 소고기를 와인에 오래 동안 끓인 요리인 Bœuf bourguignon을 AF 라운지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에 Grand Gru급 레드와인을 곁들이니 라운지이긴 하나, 웬만한 레스토랑 정찬이 부럽지 않은 식사였다. 게다가 프랑스 빵과 치즈하면 그 quality나 맛은 정말 설명이 필요 없는데, 그런 빵과 치즈도 종류별로 구비하고 있어, 맛 좋고 quality 있는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라운지인 셈이다. 심지어 버터도 Isigny(이즈니) 버터를 구비하고 있고 종류도 Doux(소금이 첨가되지 않는 버터) 및 Demi-Sel(소금이 첨가된 버터, SEL보다는 덜 짠 편이나 Demi-Sel 정도도 나름 짠 편이다) 두 가지 모두 있다. 샴페인으로 시작하여, 빵과 각종 치즈, Grand Cru급 레드와인 및 Bœuf bourguignon, 디저트로 마감하는 혼자 구성한 프랑스식 정찬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것. 물론 Chef는 특정 시간대에만 모습을 나타내시기 때문에 알현이 쉽지는 않고, 때론 준비도 음식이 모두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운도 잘 따라야 한다.


20180829_195039.jpg 심지어 샴페인 잔도 다양하다. 평범한 샴페인 잔도 좋지만, 입구가 넓은 이 잔에 마시면 더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20180829_195558.jpg Beurre D'Isigny. 파란색이 소금기 없는 버터, 초록색이 소금이 들어간 버전이다.


20181214_192047.jpg Bœuf bourguignon, 사진으로만 봐서는 맛이 그닥 없어보이지만, 그러나 정말 맛있다. 빵도 일품.


이미 샤워는 마친 상태이므로 상쾌함 그 자체로 비행기 탑승 전 배불리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는 AF 2E라운지. 사실 KE의 음식은 아주 별로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심지어 프레스티지석 음식도 별로다. 와인이나 샴페인은 괜찮은 편이나 음식은 정말 별로) 일부러 AF편으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도 좌석이나 서비스는 아직까지 KE가 나은 듯 싶다.

물론 이것도 코로나 사태 전의 스케치 이므로, 지금 KE와 AF로 파리를 경유하여 여행할 경우 어떤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인이 비교적 최근 AF 비행기를 이용했을 때, 아주 부실한 서비스를 받았다는 소문을 전해와,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 지고, 예전의 국제선 비행 경험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는데, 연결편 연결 시간이 짧다면 지체 없이 2F 터미널로 이동하는 것이 나으며 (2E에서 2F로 이동 시 passport control을 거쳐야 하므로 걷는 시간이 제법 된다), 간혹 2F에서 연결편을 타는 티켓을 소지한 경우 2E AF라운지 직원이 2F의 AF라운지를 이용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제선을 타고 왔고 2E AF 라운지가 더 좋다고 말하면 그냥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2E는 나름 AF입장에선 한국, 일본 등 프랑스에서 아시아나 미국 등 대륙을 횡단하는 비행을 하는 long haul flight를 운영하는 터미널이기 때문인데, 하여 라운지도 더 풍성하고 즐길거리가 많다.


CDG 공항에서는 여느 공항과 마찬가지로 쇼핑할 것도 많은데 (사실 CDG 공항의 면세점은 참 부실한 편이긴 하지만) 그 중의 하나가 마카롱. 마카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Ladurée를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그곳의 다양한 마카롱에 매료된 적이 있을 터인데, CDG에서도 그 Ladurée 마카롱을 만날 수 있다. 항상 줄이 길어서, 피곤한 날은 그냥 지나치기도 했는데, 꾹 참고, 오랜 기다림 끝에, 비싸지만!!, 한 상자를 가득 채워 사가지고 와 집에서 상자를 열었을 때, 다양한 빛깔의 마카롱이 우리를 반길 때의 기쁨이란, 그리고 골라 먹는 재미를 만끽할 때는 긴 여행의 여독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듯 했다.


20180728_123459.jpg CDG Ladurée


20180729_102225.jpg Ladurée 마카롱. 지인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공항 터미널과 연결된 호텔도 있다. (투숙한 경험 있음, 다음 기회에 이용기를 써 볼까 한다)

RER, Bus, 등등을 타고 파리 시내로 바로 이동 가능한 CDG.


언제다시 CDG로 단숨에 날아갈 수 있을까.

CDG의 숨은 공간을 샅샅이 다시 만끽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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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_123808.jpg '파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2E터미널에 새겨져 있다. 그리운 CDG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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