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 매거진의 대부분의 글들을 모아 브런치북으로 발간하였습니다 (21년 10월 30일).
매거진의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발간하게 되면, 매거진에서는 사라지게 되서 아쉽긴 하지만, 브런치북과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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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Ireland에 가보고 싶었었다.
U2, Sinead O'Connor, Glen Hansard, Enya 등 많은 뮤지션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고, 특유의 흑백 대비 고채도 배경의 약간은 암울한 그러나 진지함이라는 이미지로 유혹하던 Ireland.
'Once'라는 영화의 배경이기도 했던 Dublin은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었는데, 2010년 7월 드디어 Ireland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는데...
Ireland의 어디에서 회의를 개최하느냐를 옥신각신 논의하다 결국 Cork가 당첨.
그러나, Cork가 어디?
우선 Dublin이 아니라는 점에 큰 실망, 그러나 Ireland에 드디어 발을 디뎌 보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 그 때까지만 해도 듣보잡이었던 Cork에 대한 호기심이 또 마음 한켠에 스물스물.
내가 회의 host는 아닌터라, 'Dublin은 어때?'라고 소심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조용히 피력해 보았으나, 역시 host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포인트다. 미팅 장소와 lunch, 심지어 social event를 포함한 만찬까지 제공한다니, 모두 OK, thank you를 남발하신다. 조용히 따를 수 밖에.
의외로 Cork는 전형적인 Ireland의 이미지를 모두 담고 있음과 동시에 심지어 깔끔하기도 한 도시였다.
깔끔함의 이미지는 공항에서부터 이미 각인되기 시작.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Cork 공항.
공항이 주변 풍경과 참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을 했던 공항이다.
특히 Lee 강 하구에 위치해 Cork의 중심은 강 하구에 둘러쌓인 독특한 풍경을 내포하고 있었고, 이런 입지적 유리함 때문이었겠지만 6세기부터 상거래의 중심으로 자리잡아 Ireland의 2대 도시로 성장한 Ireland 남부의 정치/경제 중심지였다고 한다. 깔끔한 이미지에 비해, 의외로 역사는 깊다.
Lee강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터라 도시 중심부를 걷다 보면 어디서든 Lee강의 물길을 만나게 된다.
유럽 뚜벅이 관광이 그러하듯, 거의 모든 유럽의 도시가 그러하듯, 무념무상이 되는 순간, 또 어김없이 성당이 나타나신다. Cork에도 큰 성당이 있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특별히 건축물이나 성당에 조애가 없어도 요모조모 뜯어보게 되고, 다시 공부할 것도 아니면서 또 요모조모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긴다. 특히 성당문이 마음에 들었었다.
암스테르담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있지만 암스테트담만큼 화려하지는 않고 보다 파스텔톤의 젊쟎고 수수한 그러나 깔끔한 Cork의 건물들. 참 조용히 마음에 스며든다.
Ireland하면 떠올리는 흑맥주. 그러나 그 대표브랜드 보다는 Murphy's라는 흑맥주 브랜드가 눈에 많이 띈다. 이 지역은 Murphy's가 꽉 잡고 있나 보다. 은근히 많이 눈에 띄어 맥주를 사랑하는 국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소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Ireland 특유의 pub과 화려한 그러나 다소 산만한 내부도 인상적이었다. 흑맥주를 딱히 애정하진 않았지만, 또 local food와 drink를 항상 시도하는 터라, 어쩔 수 없이 한잔^^ 풍부한 거품이 숨막힌다.
나름 유명하다는 English Market은 문을 이미 닫은터라 활기찬 시장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편이라는 느낌만 간직한채 다시 뚜벅뚜벅.
흑맥주 기운이 조금 오른채로, 술기운을 털어내고자 정처없이 걷다보니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 멀어지긴 했으나, 하여 정돈된 느낌이라기보다는 다소 시골냄새가 나는 풍경들이 여기저기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안정감 있는 그린과 낮은 건물들이 푸근하기까지 하다. 순간 길을 잃었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전혀 어떠한 두려움도 무서움도 엄습하지 않았다. 그냥 여기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사색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아일랜드 대표 흑맥주는 어디?
다시 시내 중심으로 회귀하는 길. 그리고 그사이 천천히 내리는 저녁. 하늘색이 다채로와졌다. 조용히 조명도 소소하게 켜지고...
갑자기 허기가 머리속으로 올라왔다. 급 피곤함도 몰려오고.
Murphy's 한잔 더 하면서, 이 풍경을 좀 더 담을 수 있는 창가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여유를 좀 더 부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