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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마일러의 유럽기행기#1

- 프롤로그 -

by 앙티브 Antibes

첫 유럽여행은 대학교3학년 즈음의 여름배낭여행이었다.

서울-런던 In, 파리 - 서울 Out의 비행편으로 유럽의 주요 관광지를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젊은이를 위한 강행군 일정이었는데, 아직도 그 무거운 배낭을 어떻게 메고 다녔나 싶다. 물론 한 도시에서 많게는 3-4일 정도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일정이라 매일매일 배낭을 메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밤 기차로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등은 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사진은 필름에 남겨지는 아날로그 시대의 여행이라,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로, 그 젊은 시절의 사진들은 여기에 담을 수가 없을 듯.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외 출장. 그 때부터 전세계로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 관광이 아닌, 출장을 가서 짬짬이 즐기는 여행이라, 유럽기행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주요 관광지를 구석구석 훑어 다녔으므로, 그것이 인연이 되어, 남프랑스로 이주하여 3년간 살기도 하고, 대한항공 밀리언마일러가 되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으니, 기행기라고 할만하다고 스스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프랑스남부에서의 삶을 소소하게 정리해 볼까 해서 시작했던 브런치. 프랑스남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있자니, 그 동안 출장으로 다녀온 유럽, 미국 등 전세계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진들이, '난 버림 받았어' 하는 듯 하다. 3년 동안 집중해서 살았던 삶의 흔적들도 소중하지만, 20여년 넘게 내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해외 출장의 흔적들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차근차근 정리해 가다보면, 코로나가 잠잠해 질 때 쯤이면, 다시 여행길에 오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남겨 놓은 지식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기도 했고, 거창하게 자서전까지는 아니라도 시간이 날 때, 성실히 하루에 한 개라도 그 여정들을 담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 오늘, 다시 하나의 여정을 시작해 보려 한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아주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거쳐왔다. 50여개국, 130여개 도시들을 출장/여행으로 다녀온 기록들이 클라우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주 많은 나라들과 여러 도시들을 다녀왔음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그 여정들이 결국 내 삶의 일부였고, 현재의 나를 만들어 온 데 지대한 역할을 해 왔음을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재해석한다고나 할까. 그 때는 그랬었지만, 지금은 다르게 보이는 사건들이 많아졌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Joni Mitchel의 Both sides now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어떤 사건 혹은 사물들을 한 가지 측면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한 듯 하다. 그렇다. 젊음의 에너지가 온 몸에 분출되었던 시절에는 그 때 그 보이는 순간의 에너지만 받아들이려 했던 것 같다. 삶의 여러 면들이, 나에게 이런 저런 가르침을 안겨주면서, '꼭 그렇기만 할까'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같은 책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또 미처 그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10대에 읽었던 어린 왕자를, 30-40대에 다시 읽었을 때 그 깊이를 더 알게 되듯이. 같은 영화도 한참만에 다시 보게되면 그 감동이 새로울 때가 있다. 같은 사진도, 기억 속의 여정도, 다시 되짚어보면서 찬찬히 음미해보고 싶다. 그 때는 숙제하듯이 스쳤던 공간들을, 비록 사진으로라도 다시. 다시 그 공간들을 찾게된다면 (찾게 되겠지만) 이렇게 하리라 생각도 해 보면서. 차 한잔 제대로 마실 겨를 없이 훝었던 공간들을 새롭게 다시 만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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