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아를 기차역에서 Intercités를 타고 금새 내린 Nîmes. 파리 Gare de Lyon까지 직행이 없는 시간대여서 Nîmes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으나 Nîmes은 기대 이상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중간 경유지여서, 기차역 주변을 잠시 둘러보고 맥주 한잔과 커피 한잔을 즐길 시간 밖에 없었으나 봄 기운이 가득한 님 기차역 주변의 활기참과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45분이라는 시간에 담아낸 Nîmes (님, 그렇다 도시 이름이 '님'이다^^).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가 그러하듯, 중앙역 주변이 실제 도시의 중심인 경우가 많고, 또 그 도시의 중심이 중앙 광장과 그 중앙 광장의 일부인 분수대 혹은 다른 이정표인 경우가 많아, 중앙역 주변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Nîmes은 제법 사이즈가 있는 도시이고, 로마 시대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Italy를 제외한 국가에서 로마 시대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도시라고 할 정도.
역과 중앙 광장이 긴 대로로 연결되어 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여서 그런지, 역 주변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들이 많다.
역을 등지고 담아낸 샷. 멀리 중앙 광장으로 추정되는 곳에 동상 하나가 서 있다.
로마시대의 유적인 듯한 원형경기장도 눈에 띈다.
아직 3월이어서 앙상한 나뭇가지가 적나라하다.
때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관광이라는 숙제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았다.
유명한 이정표를 찍고 또 다른 이정표를 향해 가고 있는 발걸음들의 재촉.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정이 아님에도 이정표의 의미를 담아내기 보다는 이정표에 내가 있었음을 증명하기 위한 증명 사진을 찍고 있었던 우리들.
그러나, 작은 까페에 앉아, 차한잔 또는 로컬 와인/맥주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관광의 일부이며, 딱히 멀 하지 않아도 주변 분위기를 느끼고, 현지 사람들의 삶의 단편을 관조하는 것도 관광의 일부인 법.
관광이라는 집단화되고 상품화된 단어가 아닌, 동네 산책하듯이 그 시대의 아니 그 시간의 동네를 온몸으로 느끼는, 하여 나의 존재의 의미를 지금 있는 곳에서 다시 재해석하는 그런 사유의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님 기차역 주변을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도 님의 분위기를 체감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는데 또 나중을 기약하며, 또 언젠가 더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 파리로 향하는 TGV기차에 몸을 실었다.
석양이 내리는 프로방스 지방의 풍경을 또 눈에 가득 담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