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렌 Sep 15. 2023

미국생활이 행복한 것 3가지

과기대를 그리워하며


중국 과기대에서 12년 사역하며 살다가 미국에 온 지 4년이 돼 가는데 아직도 이 미국생활이 적응이 안 됩니다.


첫째는 언어 문제이고,

둘째는 너무도 그리운 중국과 너무도 보고 싶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생활이 행복한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 과기대에 살 때, 제가 부러워하던 사모님들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따뜻한 물로 설거지하는 사모님.

두 번째는 코닝(코렐) 그릇 쓰시는 사모님.

세 번째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시장 가는 사모님.

이런 문명생활을 하는 사모님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저희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전에 중국에 갔습니다.

그 시절 열악한 중국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다 보니 현지인처럼 살면서도 불편 없이 살긴 했지만 그래도 이 문명생활을 부러워하며 살았답니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배낭 메고 시장가는 사모님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주중에는 사모님들도 애 키우면서 사역하고 찬거리와 생필품은 주말에 몰아서 쇼핑합니다.

하지만 저의 남편은 주중에는 학교일로 눈코 뜰새 없고 주말에 사역을 몰아서 합니다. 그래서 함께 시장 가는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나 혼자 쇼핑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지고 메고 와야 합니다.


중국의 그릇들은 무겁고 잘 깨지고 살짝만 부딪쳐도 이가 나가는 볼품없는 그릇들입니다.

중국에서는 이 코닝그릇의 가격이 엄청 비싸기 때문에 감히 살 생각은 아예 못합니다.

그러나 간혹 미국이나 한국에서 쓰던 그릇을 중국에 가져와서 뽀대 나게 쓰시는 사모님들이 있었습니다.

이 코닝그릇은 가볍고 깨끗하고 중국그릇에 비하면 얼마나 세련됐는지...

   

중국은 물 사정이 안 좋습니다.

제가 살던 학교 가족숙사는

난방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온수가 나오는 시간은 재빨리 목욕을 해야 합니다.

물론 온수는 욕실에만 나옵니다.

그러니 추운 겨울에 찬물로 설거지를 하자면 손가락이 시린 정도가 아닌 손가락이 빠질 것 같은 그 찬기를 온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세련된 사모님들은 아니, 막 한국이나 미국에서 오신 사모님들은 집에 보일러를 설치하고 매일 샤워는 물론 설거지도 온수로 하시는 사모님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부럽던지...


처음 미국에 도착해 주방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쏟다지는데 얼마나 신기하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나도 드디어 문명생활을 하는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미국에 금방 와서는 운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하지 않으면 문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감옥생활을 1년 반이나 했습니다.

그러니 쇼핑몰 나들이는 물론 우유 하나 사기 위해서도 남편과 함께 가야 합니다.

꼭 남편과 함께 시장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아니 기사로 항상 달구 다녀야 한다니까요...ㅎㅎ

이 생활을 1년 반동안 했습니다.

하나님이 저의 한을 풀어 주신 거죠... 오호!


코닝그릇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보편적인 그릇이고 가격도 저렴한 그릇이지만  미국에 와서 살림을 장만할 때 제일 먼저, 그 한이 맺힌 코닝 그릇을 세트로 구입했습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저는 지금 남편과 함께 월마트에 들려 시장을 보고 따뜻한 온수로 코닝접시를 닦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손가락이 빠질 것 같은 찬기를 느끼며 설거지하던 때을 기억 하면 아무 때나 펑펑 쏟아지는 뜨거운 물로 설거지하는 것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그때에 중국 과기대에 계신 사모님들 중에 이 세 가지를 모두 하고 계신 분은 없었습니다.

박사모님은 코렐과 뜨거운 물로 설거지하시지만 남편과 시장 가는 것은...

김사모님은 남편과 주말에 시장을 가시지만 뜨거운 물이 없죠.

김선생님, 주말마다 남편과 배낭 메고 시장은 가시는데 코렐접시는...  

정사모님, 남편과 시장 가는 것은 꿈도 못 꾸죠?

한사모님, 코렐은 쓰시지만 뜨거운 물과 남편과 시장 가는 것은...

이사모님,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뜨거운 물은 쓰시지만...

하하하...!!


지금은 이 세 가지 다하고 계신 분이 있을는지...


저는 지금 중국에 살 때 그렇게 부러워하던 이 세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답니다.

" 사모님들~, 저는 오늘 남편과 함께, 시장 보고 따뜻한 물로 코닝접시 닦고 있답니다~"

호호호...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