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국에서 중국 과기대를 그리워하며 쓴 글입니다.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하고 오래간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중국과기대이야기로 화제가 돌아갑니다.
학교, 친구, 날씨, 음식, 여행, 일어났던 사건들....
오늘은 우리 둘째 한나가 도시락이야기를 꺼냅니다.
과기대 YIA에서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밥은 학교에서 하고
학생들은 반찬만 싸가지고 가서 먹습니다.
학생수가 얼마 안 되니 점심을 먹을 때는 싸 온 반찬을 함께 나눠 먹습니다.
한 학년 모두가 한 학급이고 학생수도 5-6명, 많아야 10명 정도 됩니다.
이렇게 적은 수가 한 교실에서 유치원 때부터 함께 지내왔으니....
얼마나 친구들을 지금도 그리워하는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 메일 주고받고 메신저 하고...
잊을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중국에 갈 날만을 마음에 품고...
이제는 엄마, 아빠 눈치 보며 중국 언제 가냐? 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습니다.
다시 도시락 이야기로...
도시락을 함께 share하니 당연 인기 있는 반찬이 있습니다.
우리 한나가 묻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이 뭐게요?"
"글쎄 뭘까?... 돈가스?, 김밥?..."
아니랍니다,
최고로 인기 있는 도시락반찬,
1등은 컵라면(사발면)이랍니다.
2등은 참치통조림이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공감이 갔습니다.
이 음식들은 한국에서 공수해 오는 귀한 음식이고,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한국 가격보다도 더 주고 사야 하는 비싼 음식들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한국에서 공수해 온 라면 한 개를 찌개처럼 끓여 놓고 온 가족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생일날은 라면 한 개를 통째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이렇게 라면이 귀한 그때에 입맛은 한국입맛인 우리 아이들이 봉지라면보다 더 귀한 사발면과 참치통조림이 얼마나 맛있었겠습니까?
어쩌다 한 아이가 컵라면 한 개를 도시락으로 가져오면
나머지 아이들까지 뜨거운 물 부운 컵라면을 가운데 놓고 젓가락 하나씩 들고 기다립니다.
싸 온 아이에게 한입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놓고 말입니다.
대여섯 명이 돌아가면서 한 젓가락씩 먹고 나면 국물만 남습니다. 그 수프국물에 동동 뜨는 이미테이션 어묵 두세 개.
뭔지 아시죠? 라면 다 건져먹고 나면 국물에 동동 뜨는 흰색에 빨간 줄무늬의 동그란 것.
이것은 숫자가 모질라 하나를 반씩 잘라서 나눠 먹는답니다.
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컵라면이 얼마나 맛있고 귀했으면....
그런데 어느 날 Young (한나와 친한 친구)이
우동사발면을 싸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와~~ 우동사발면이라니...!
이 날 교실에서 난리가 났었답니다.
이야기를 듣던 남편과 저는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교실에서 난리가 난 그 광경을 상상하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사는 동안 우동사발면은 먹어 본 적도 본 적도 없는데
그 귀한 것을 도시락으로 싸왔다니...
그럴 만도 하지요.
환경도 열악하고 물자도 귀한 중국에서의 생활...
불편하거나 고생스럽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살면서 정들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사명이 있었기에...
지금도 중국을 그리워하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