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렌 Sep 16. 2023

미스윤

미워하지 말라



의 청년시절, 직장에서 잠깐 만났던 미스윤...

내 기억에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미스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저는 갓 입사해 내 업무인 영업관리 말고도 신입사원인 저는 사무실의 허드렛일을 했습니다.

전화받기, 커피 타기, 서류 복사하기, 청소하기...

내 후배가 입사할 날을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잡일을 그만둘 날만을...

내가 이 허드렛일을 1년쯤 했을 때 미스윤이 입사했습니다.

나의 사무실 허드렛일을 떠넘길 직장후배가 드디어 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나 미스윤은...

상사가 서류 복사를 시키면 어쩔 수없이 이 일은 합니다.

전화받는 일도 가끔은...

하지만 그 외의 허드렛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 미치겠습니다.  

이런 허드렛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제 나이의 한국에서 직장 생활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시절에는 업무분담 없이 당연히 여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이 미스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미스윤이 들어왔는데도 이런 일들은 고스란히 내가 하고 있습니다. ㅠㅠ

이때부터 제 마음은 전쟁터가 돼 가고 있었습니다.

미스윤에 대한 미움이 싹터가고 있습니다.


성경은 미스윤을 미워하고 있는 나를 정죄합니다.  

설교로, 성경공부로, 큐티로, 암송으로 미스윤을 미워하고 있는 저를 향해 계속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그녀를 미워하지 말라 말씀하시고

저는 못 들은 체하고...

때때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섭섭해하고 원망도 하며...

하지만 제 안은 전쟁터였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며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벨이 울리면 다른 전화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합니다.

손님이 오면 화장실에 갑니다.   손님접대로 커피를 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업무 외의 일은 안 하려고 종종 남자직원과 싸우는 일도 있습니다.

거기다 그녀는 얼마나 도도하고 교만한지...

이런 미스윤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써보았습니다.

나는 크리스천인데...

다른 사람을 미워하며 안된다고...

하지만 그녀가 미운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1년여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하루는 제가 회사차를 타고 외근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미스윤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부장님이 나가셔야 하니까 빨리 차를 보내라는 것입니다.   

'왜 이런 전화를 미스김언니가 아닌 미스윤이 하지? '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부장님이 나가신다 하니 저는 기사를 보내고 나중에 택시를 타고 사무실에 돌아왔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보니 부장님이 아닌 미스윤이 차를 타고 나갔습니다.

미스김언니는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모릅니다.

저는 완전 뚜껑이 열렸습니다.  

"너 오늘은 박살을 내리라.  들어오기만 해라"

그녀는 퇴근시간이 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때마침 그날은 청년부 모임이 있는 날이라 그녀를 박살 내는 것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청년부 모임의 소그룹 성경공부시간...


빌립보서 4:8

종말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할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할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


끝으로 바울은 강조하며 믿는 자들에게 말합니다.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저는 그 무엇도 아무것도 참되지도 경건하지도 옳지도 정결하지도 사랑할 만도 칭찬할 만도 하지 않습니다.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제 안에는 미움만 가득 차 있습니다.  

미스윤을 박살 내겠다는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무너졌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조차 없습니다.

청년부모임이 끝났지만 집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주일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엎드렸습니다.


주님!

이렇게 주님을 부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미스윤을 사랑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주님, 너무하세요.  

어떻게 미스윤을 사랑하라 말씀하시나요?

저보다 미스윤이 더 중요한가요?  

그녀가 얼마나 못된는지 아시잖아요?

그녀가 한 짓을 주님도 아시잖아요?

미스윤을 사랑하라고요?

저는 못해요.  그렇게 할 수없어요."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


"안 해요.  못해요"


"사랑해야 한다"


"싫어요"


"사랑하라"


주님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은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버티다 버티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

.

.

"네, 사랑하겠습니다."   

저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요?   어떻게 미스윤을 사랑하죠?


"그녀의 자리를 네가 청소해 줘라.  

책상도 정리해 주고 쓰레기통도 비워주고..."


"뭐라고요??...  말도 안돼요, 못해요,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저는 자존심도 없나요?"


이제 저의 울음소리는 통곡으로 변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 자존심이 중요한 젊은 나이였습니다.

지금도 뭐...  자존심을 건드리면 발끈하지만...


주님은 다시 침묵하십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주님은 다시 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ㅠㅠ

저는 지치고 지쳤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없이 항복합니다.


"네, 순종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한마디를 내뱉자 이상하리 만큼 큰 평강이 나를 덮었습니다.  

주위의 모든 것이 환해지고 제 마음은 솜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자 말할 수 없는 평강이...

그때 그 평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 안에 짓눌렸던 미움과 분노가 사라지고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예배당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저는 제일 먼저 출근해 부장님실을 청소합니다.

그리고 과장님, 계장님까지는 책상을 정리해 주고 쓰레기통도 비워줍니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그런데 이날은 미스윤의 책상을 정리하고 닦아주어야 합니다.

책상을 닦는데...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합니다

내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엉엉 울면서 책상을 정리하고 쓰레기통을 비웠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히고 자존심이 상하던지...

하지만 하나님께 한다고 했으니 순종해야만 합니다.


그다음 날은 조금 편하게 닦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미스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스윤의 책상을 닦으면서 미스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녀도 구원받게 해 달라고...

미스윤이 불쌍해집니다.  

제가 이 일을 한 달쯤 했을 때

미스윤은 주님이 나에게 맡기신 주님의 양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녀를 위해 더욱더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이제는 그녀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즈

미스윤은 갑자기 사표를 냈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그녀의 사표를 반기는 듯합니다.

저는 조금은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럴 거면서 왜?  왜?...


미스윤이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미스윤은 저를 조용히 사무실 근처 카페로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놀랬습니다.

왜?  미스윤이...  나에게...

이게 왠 거냐는 나의 질문에 미스윤은...   

"그냥...  고마워서..."

이렇게 짧게 말하고는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속내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이렇게 힘들 때 기도할 수 있는 분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간단하게 복음도 전했습니다.

교회에 꼭 나가라고 권면했습니다.


후 그녀가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스윤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난주일에 엄마와 함께 교회에 갔었다고요.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 전화했다고...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주님!


이렇게 주님은 한 영혼을 구원하셨습니다.  

그의 어머니까지..?!!

성령의 강력한 역사하심가운데


이후로 미스윤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어디 사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미스윤을 통해 저에게 큰일을 하셨습니다.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통해 나를 부인하게 하시고, 십자가를 경험하게 하시고 말할 수 없는 평강을 맛보게 하셨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랑하는 것인지를 작게나마 배우게 하셨습니다.

육신으로 행하지 않고 주님의 뜻대로 순종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선명하게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할렐루야!



매거진의 이전글 황금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