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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Aug 27. 2023

스마트폰을 의지하다

내가 의지한 것



미국여행을 앞두고 쓸만한 여행가방이 필요할 것 같아 당근에서 캐리어를 검색해서 쓸만한 것을 2개 찾았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지만 버스를 2번 타야 하는 복잡한 거리다.  하지만 가격도 싸고 상태도 좋아 보여서 사기로 결정했다.

트렁크가방 2개를 가져와야 하는데 남편은 굳이 교회에 가야 한단다.  같이 면 좋으련만...

그래서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오면 되겠다 싶어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주소를 검색하고 실시간 행선지를 실행시켜 놓고 가면서 길치인 내가 혼자서 모르는 길을 가는 나 자신을 기특해하면서 가고 있다.  또 돌아올 때 택시값도 검색해 보았다.  8,400원이 나온다.  좀 많이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캐리어 2개가 10,000원인데 택시비로 8,400원을 쓰기가 아까왔다.  그래서 올 때도 버스를 타야겠다 생각했다.  빈 트렁크이니까...

버스에서 내리려 하는데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어마!  이게 웬일이래...?!!

버스에서 내려 쏟아지는 비를 피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든다.  출발하기 전 주님과 동행하기를 구하며 출발했는데.  이렇게 여행가방 사는 것을 주님이 안 기뻐하시나?  

아니다!

'지금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  주님이 동행하신다!  주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있다!'

이렇게 주님의 임재를 확신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비가 잦아지고 있지만 우산을 살까 하다 어차피 트렁크 2개를 끌고 우산을 들 수없으니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검색한 주소지로 발길을 옮겼다.   큰 아파트 단지다.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보통은 아파트 입구나  동 아래층에서 만남을 약속하는데 이 분은 자기 집 앞에 내놓을 테니 아무 때나 가져가란다.  대금은 통장으로 입금하던지 문에 끼워놓든지...

언덕에 아파트 단지를 건축해서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갔고 주차장을 통해 17층으로 올라갔다.  벌써 지친다.  버스에서 내려 이미 한참을 걸었다.


어쨌든 트렁크 2개를 픽업하고 그 자리에서 입금해 주고 트렁크 2개를 양손에 끌고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아파트 단지를 나왔다.  길만 건너서 다시 온 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긴 횡단보도를 건넜다.  두리번거리며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스마트폰이 있지!'

우리 집 가는 길을 검색하니  앗!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그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그리고 가는 길은 내가 타고 온 버스도 아니다.  정류장도 샛길로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아~  트렁크 2개를 끌고 도보 14분 거리를 끌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왜 여기서 택시 탈 생각은 못했을까...?)

스트레스가 팍~ 올라오려 한다.  

아니 '주님이 동행하신다.  주님이 지금 일 하신다!'   주님의 임재를 깨닫고 다시 편안해졌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을 찾아가면서 실시간 실행을 시키고 지도를 따라가고 있다.  양손에 트렁크를 끌고 가면서 한 손에 스마트폰도 가까스로 쥐고 수시로 체크하며 가고 있다.  주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가까스로 쥐고 가던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었다.  어느 키도 실행되지 않는다.   꺼지지도 않는다.  

아...  안되는데...  왜 이래...?!!!

스마트폰을 이것저것 눌러보지만 먹통~!!  

어느새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검색한 버스가 와서 일단은 버스에 탔다.  

아... 그런데 갈아타는 정류장이 어디지...?  중간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어디인지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여전히 먹통이다.  어느 키도 작동하지 않고 껐다 켜도 그대로다.  아... 이를 어째!  

스마트폰아...  제발!  

이를 어쩐단 말인가?  나는 이대로 트렁크가방과 함께 미아가 되는 건가?  내려야 하는데...  어디지?  어디서 내리지?...

불안함과  스트레스가 확 올라올 순간에  '주님이 함께하신다.  이 시간에도 주님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하고 계신다.'   이런 생각 가운데 편안한 심령이 되었다.  

하지만 어디서 내려야 하지?  어디선가 내려야 하는데...

몇 개의 정류장을 통과했다.   이제는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여긴가?  아닌 것 같다.   여긴가?  아니 더 가보자!  다음역에서 내려야 하나?  아닌 것 같은데...  아... 다음에 내려보자!  

내렸다!  내린 순간 이 정류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아타야 할 버스가 마을버스 13번인데  없다.   이 정류장은 아니다.  지나쳐 온 건 아닌 것 같다.  너무 빨리 내린 것 같았다.   

한 정거장 앞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택시를 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다.  아니, 여기서는 택시를 탈 수가 없었다.   현금은 었고 달랑 스마트폰만 들고 길을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도 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트렁크 2개를 끌고 보드블록길을 덜컹거리며 걸어갔다.  아... 이게 무슨 일이래?  왜 이런 기막힌 순간을 보내고 있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다시 마음에 평화를 찾고...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니 내가 이런 기막힌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스마트폰을 의지하고 살고 있었구나!  

아... 내가 하나님보다 스마트폰을 더 의지하고 있었구나!  내가 의지하던 스마트폰이 아무 일을 하지 않으니 성북구 어딘가에서 갈바를 알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난처한 상항에 놓이게 되었다.  

하나님은 스마트폰보다 덜 스마트하신가?  그럴 리가!...  

내가 의지하는 주님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것이지?  주님은 나에게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어떻게 집으로 갈 수 있는지? 를 알려 줄 수 없단 말인가?  

주님은 왜 나에게 알려주시지 않으시지?  

아...  


주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바로바로 주시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그때그때 얻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스마트폰을 꽉 붙들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바로바로 얻어낼 수 있으니...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니...

그러나 하나님은 하나님이 원하는 것을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나에게 주신다.  


아...  주님, 감사합니다.    

이렇깨닫고 감사 고백을 하고 나니  바로 눈앞에 마을버스 13번 정류장이 보인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것이었군요!  주님이 원하신 것이.  주님이 이런 상황을 허락하심이.


나는 평안한 마음이 되어 주님의 방법으로 얻은 트렁크 2개를 끌고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오늘일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1. 주님과의 동행을, 주님의 임재를 인식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주위사람(남편포함) 원망과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2. 나는 참 많이 스마트폰을 의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내게 많은 것을 준다.  그리고 많은걸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3. 하나님은 스마트폰보다 더 스마트하시고 능력이 크시다.

그런데 왜 나는 하나님보다 스타트폰을 더 많이 의지하지?


4. 스마트폰은 내가 조정할 수 있고 하나님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고 하나님은 하나님이 원하는 것을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식으로 나에게 주신다.

결국 나는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항상 끼고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얻어낸다.  사탄이 내 손에 쥐어 준 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의지하라고.

이렇게 나는 말로는 하나님을 믿는다 하고 하나님만 의지한다 하고 주님만 있으면 된다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얻어내는 스마트폰을 택한 것이다.  


5. 주님은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주님이 원하시는 때에 주님의 방법으로 주신다.   그래서 나는 내 기도를 안 들으신다 생각하고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불평할 때도 있고 막막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님은 항상 나와 함께하시고 항상 내 기도를 들으시고 최고의 것을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신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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