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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Nov 25. 2023

연길 셋 집

문명아파트



우리는 처음 중국에 갔을 때 과기대 가족숙사가 지어지기 전이라 연길시내에서 셋집을 맡아 살았다.   과기대 가족숙사로 이사하기 전까지 연길시내에서 8년을 살며 다섯 셋 집에 거주했다.


첫 번째 집은 보안 따사 뒤편에 있는 보안국사택이다.

이 집은 초창기 과기대 건축을 시작할 때 오신 고 조득남국장이 첫 계약자로 사시다 조현직교수님에게 인계했고 조교수님은 우리에게 인계하고 문명아파트로 이사하셨다.

이 집은 아파트라고 하지만 연길에서 거이 초창기 지어진 아파트라 특이한 구조로 지어졌다.  

주방이 한국의 옛날 주방처럼 부뚜막이 고 가마솥이 걸려있어 아궁이에 석탄을 때서 요리를 하고 방 한 개는 스스로 난방할 수 있도록 지어진 구조이다.

그래도 부뚜막 위에는 1구짜리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다.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더더욱 중요한 건 화장실이 집 안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화장실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문명생활을 하는 놀라운 특권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에서 3개월쯤 사니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집을 비우라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두 번째 구한 셋집이 연변 2중 앞 노동국사택이다.

이 아파트는 주방 구조는 같지만 평수가 넓은 집이고 일주일에 한 번은 저녁시간에 온수가 나오기 때문에 집에서 목욕을 할 수 있는 최 첨단(?) 아파트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목욕은 어떻게 했냐고요?  연길시내에 공중목욕탕이 있긴 하지만 여러 명으로부터 목욕탕괴담(?)을 들은 터라 공중목욕탕 갈 생각은 못하고 집에서 뜨거운 물 데워하던 차에 총장님이 시빈관에 룸을 한 개 잡아놓고 연길에 오실 때마다 사용하는 호텔방이 있으니 총장님 안 계시는 날에 가서 목욕하라는 신박한 정보를 얻고 초창기 교직원들은 돌아가며 날 잡아 시빈관 408호를 목욕탕으로 애용했다.

이런 와중에 이 두 번째 아파트에서 목욕문제가 해결되니 훨씬 업그레이드된 문명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 집의 문제는 주인이었다.  주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다.  이 집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대단해서 이것저것 간섭이 말이 아니다.  1년 계약이 끝나면 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살았다.


세 번째 셋 집은 시병원 옆의 노동국사택이다.  두 번째 셋 집보다 나중에 지어져 훨씬 깨끗한 아파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전과 단수는 자주 견뎌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육일유치원 근처이기 때문에 이 지역은 학구열이 높고 지식인들이 모여사는 부촌이고 육일유치원 옆문명아파트에는 우리 과기대가족들 여러 가정이 살고 있었다.   여러 가정의 과기대가족들과 가까이 사니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집이다.   비교적  월세도 싸서 우리가 사는 이 아파트에 여러 가정이 이사 오게 되었다.  우리는 5층, 중선이네 6층, 반석이네 3층, 2층에 해운학교 송이네.  

이 시절 위아래층을 오르내리며 거이 매일 함께 교제하고 함께 밥 먹고...

가장 긴 기간 동안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리고 과기대 가족숙사가 지어졌지만 우리의 사역이 학교사역뿐 아니라 외부사역도 하고 있어서 연길시내의 셋집에 계속 살고 있었다.


네 번째는 화태소구(허타이샤오취)이다.  

이 당시 연길에는 건축붐이 일고 있었다.  매일 부수고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었다.  

화태소구는 한 동의 아파트가 아니고 4~5동이 한 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단지이다.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분배된 직장 사택이 아니고 개인이나 기업이 지은 건물이었다.

그 당시 최근에 지어졌고 한국아파트구조로 지어져 이 아파트단지에는 많은 외국인들살고 있었다.

또 길 건너편에 시장이 있어 생활도 편리하다.

우리는 5층짜리 아파트의 1층에 살다 보니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함이  없어 이 이파트에서 만족하며 2년을 살았다.  


다섯 번째 셋집은 화태공위(허타이꽁위).

이 아파트는 화태소구 안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이다.   연길시내에서 유일하게  에레베이터가 있는 10층 아파트이다.  

저 아파트에는 누가 사나 했는데 1년만 살 사람에게 싼 가격에 세를 놓겠다 해서 마침 살고 있는 셋집의 계약도 끝나가고 과기대 가족숙사로 들어갈 계획을 세워놓은 터라 이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

과연 이 아파트는 외관으로는 연길시내에서 우뚝 썬 고층 건물이었고 아파트 시설 럭셔리할 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고위층 간부들이나 사업을 하는 부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문제는 에레베이터가 고장이 나거나 정전으로 자주 멈춘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집은 4층이라 걸어서라도 오르내리지만 10층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라고...ㅠㅠ

한 번은 퇴근시간에 엘베가 멈춘 적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엘베가 멈춘 것을 보고 친정에 가야겠다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보았다.   

엘베는 종종 멈추지만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연길에서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급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만을 대단했다


우리 가정은 8년 동안 연길시내의 다양한 아파트를 경험하고 과기대 가족숙사로 이사를 했다.  그것도 아이가 많다는 이유로 총장님 공관으로 지어진 50평의 럭셔리 숙사로 말이다.

우리 가족은 이 공관에서 4년을 살며 학생들과 더 가까이 만나고 교직원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과기대사역 12년을 여기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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