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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Dec 23. 2023

남편과 Breakfast

소소한 행복



2008년 5월 21일 수요일아침.



어제로 남편은 그동안 공부해 온 신학공부를 모두 마치고 졸업만을 남겨 놓고 있다.

어젯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인터넷으로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아~!! 드디어 끝났다!!” 한다.

얼마나 시원하고 홀가분할까...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옆에 있는 제가 많이 도와주지 못해 죄송해요.’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이번 학기는 3과목을 들으며 1시간 반 거리의 Wake Forest까지 일주일에 2번을 다녔다.

화요일에 수업을 듣고는 그곳의 제집사님댁에서 하룻밤 신세 지고

수요일 오전수업을 듣고 집에 오기 때문에 수요일아침은 남편이 집에 없는 시간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하지만 High School 다니는 두 아이는 수요일은 내가 학교에 데려다주어야 한다.

매주 수요일, 수업 시작하기 전에 있는 크리스천 학생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수요일은 남편이 집에 없는 날이기도 하지만 수요일  ride는 당연히 나의 일이다.


오늘 수요일 아침이다.  

남편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자신이 아이들을 라이드 하겠다고 한다.

“아니, 제가 할게요”

“내가 할게”

“아니 내가 해도 되는데...”

“내가 갈게”

“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나는  미국에 살면서도 운전하는 게 반갑지 않다.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남편이 자청하자 못 이기는 척 양보했지만

남편과 오랜만에 아침드라이브나 할까 하고 따라나섰다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차를 돌리며 남편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로 갈까요?”  (이 말이 의도적으로 한 말인지, 무의식적으로 한 말인지 는 모르겠지만)

“집으로 가야죠?” 하고는

“아! 우리 아침 먹으러 레스토랑가요?” 했다.  비록 페스트후드 레스토랑이지만...

“그럽시다”

이 얼마나 참신한 생각인가!  남편과 단 둘이 아침을 레스토랑에서 먹다니...


저 이거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제 인생 처음 있는 일입니다. 남편과 단둘이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하는 것.

미국사람들은 아침식사를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것이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느껴집니까?...


우리는 비스킷 그라비와 커피를 놓고 마주 앉았다.

내가 너무 행복 해 하니까, 남편은

“아이들, 매주 수요일은 학교에 데려다줘야 되지?” 한다.


“.....!


호호.. 매주 수요일 남편과 레스토랑에서 Breakfast을...

아~!! 이를 어쩔거나.. 너무 행복해서....

저 행복해 죽습니다...ㅎㅎㅎ


그런데 아이들 곧 방학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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