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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 이군 Jun 04. 2023

회상 回想 Ⅰ

回想   



바람만 몹시 불던 날이었다  

이른 새벽 부터  

대목인 모란장에  

서둘러 떠나고  

남겨진 덧버선 꾸러미와 함께  

판자 속에 갇혔다  

비워진 집에는  

사람만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그날. 몹쓰게도 불던  

그 바람을 원망하며  

하필 오늘 덧버선을 팔러  

성남까지 가신 부모님을 원망하며  

날아가는 판자지붕 붙들고 울었다  

이래야만 하는 세상을 부여잡고

바람더러 들으라고 울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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