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伍者
그 길에서 멈춧, 이 길이 아니다
1992
落伍者 +
그 남자가 걷는 길은
아무나 걷는 길이다
아무나 걷지만 물론
누구나 가는 길은 아니다
함께 걸어도 언제나 혼자인 길이며
가고 싶어 가는 것도 그렇다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존재하기 때문에 가야만 하는 이 길은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 가는 길이고
저마다의 길을 알고 가는 것도 아닌데
때로는 바람이 일러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
더러는 스스로 구름을 따라 걷기도 했다
얼마쯤이었을까
그 길에서 멈춧,
남자는 생각한다.
이 길이 아니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