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 #06
내가 까뮈의 '이방인'을 좋아했던 것은
뫼르소의 캐릭터도
까뮈가 천착하는 부조리에 대한 공감도 아니었다.
그냥 이방인이란 단어가 던져주는
묘한 끌림일 뿐이었다.
'전락'이나 '시지프 신화'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누군가
여긴 또 어딘가'
타지 생활을 하면서 읊조리던
듀스의 노랫말만큼이나
낯설고 겉돌던 주변인으로서의 생활.
그 '이방인' 그리고 '아웃사이더'를
부평초처럼 실려가는 인천행 1호선 전철 안에서
다시 생각한다.
오히려 가장 낯설지 않은 단어.
그 언어 안에서 만큼은
나는 익숙한 내이티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