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고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나다 이군 Aug 06. 2019

나도 추신수와 똑같은 고민이 있다.

다만, 우리 아들이 유명인의 아들이 아닐 뿐.

바로 어제 저녁에도 몇몇 한국 사람끼리 모여서

캐나다 시민권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아들에게는 조만간 국적 문제가 닥칠 것이란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아들이 징집대상이 되는 만 18세가 될 때까지,

갈수록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뜨거운 감자와 같은 사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추신수도 그랬을 것이다.




- 기 起 -


이 사안을 따져보기 전에 기본적인 나의 생각은 이렇다.


1.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난 그냥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사람이길 거부하거나 버릴 생각이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캐나다에 와서 살고 있는 걸 보면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현재 시점 기준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직 캐나다 시민권 같은 것에는 관심 조차 없고

여건이 되면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 살 것이다.


2.

하지만 애들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아이들의 인생은 주어진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하고 결정할 것이고

부모는 단지 조력자, 조언자일 뿐이기에

지들이 살 곳과 살아갈 방식은 지들이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3.

병역의 의무가 없는 딸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나이로 13살인 막내 아들 놈이 문제다.

조만간 때가 되면, 군대 때문에, 국적을 선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4,

하지만 아직은 자신의 일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 나이가 되면 본인이 선택하도록 할 생각이다.

물론 선택시 조력자로서의 나의 의견도 아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5.

나도 30개월 복무한 사람으로서 군역은 한국인이라면 지녀야하는 기본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했다고해서 남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참고로 나는 방탄소년단-BTS의 군면제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며,

스포츠,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해외파의 군면제에 대해 아무런 이견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꼭 생산적인 경험이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 승 承 -


이런 시점에 추신수 아들들의 국적 이탈 이슈가 나왔다.

유치원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 온 우리 아들과는 달리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애들이기에 국적 포기가 아니라 이탈이란다.


아무튼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견이 없다.

이 글은 오로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

추신수에 대한 나의 생각일 뿐이다.


일단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1) 왜 지금이었을까? 아이들이 아직 어린 데 왜 이리 성급했을까? 사회적 파장도 있을거라 예상되었을 텐데.

- 현지에 거주하고 있을 때만 국적 이탈 신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추신수는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 올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 미국에 있을 때 마무리 지어 놓겠다는 생각이었지 않았을까. 사회적 파장은 어차피 벌어질 일이니 한국에 있으면서 터지는 것 보다는 한국을 떠나 있을 때 매를 맞는 게 덜 아플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 않았을까.


(2) 동아일보의 에이전트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군대 문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왜 이런 하지 않은만 못한 쓸데없는 말을 할까.

-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아니라면 정말로 사람들이 '아니구나' 할 줄로 알았을까? 그리고 딸도 같이 신고 했어야지.


(3) 추신수 본인의 문제도 아니고 아들들 문젠데 그런데 왜 욕을 먹을까?

- 추신수가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애틋한 바람과 애국가에 눈물 쏟은 얘기는 자기 얘기니까 그렇다치더라도 나도 한국인, 아들도 한국인! 이라면서 애국심 강조한 발언을 했었다. 아들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선택한 문제라면 아무도 뭐라 할 수도 없었을 터이지만, (만 나이겠지만 그래도) 14세, 10세의 연령은 아직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그리고 신고 주체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아이들의 의견이야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추신수의 결정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신수가 욕을 먹을 개연성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하자면 국가가 부르면 언제라도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뛸 것이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이후로는 국가대표로 참가한 적이 없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머.... 오래 전 얘기니까...

지금 서있는 위치에 따라서 사람 생각이 바뀔수도 있지. 머....



- 전 轉 -


포탈 기사에 딸린 댓글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할 수는 없지만, 안타깝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 같다.

다만, 이면에는 '개인의 선택에 대해 안타까와 하거나 감내라 배내라 하지 말라'는 의견도

꽤 많은 다수의견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휴일 아침에 적당히 늦잠 자고 있어나

눈을 뜨자마자 기사를 보고 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아이들에게 의견이야 물었겠지.'

나도 우리 아들에게 가끔씩 묻곤하니까.


"아들아, 좀더 크면 군대 가야지?"


몸 쓰는 일이라면 질색을 하는 우리 아들은

그때마다 군대 가기 싫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군대가 무섭다고 까지 얘기한다.

물론 존중한다. 우리 아들도 이제는 한국말 보다는

영어가 편하고 캐나다 생활이 더 익숙하다고 얘기한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은 거의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그럴때면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럴려면 한국 사람이길 포기해야 되는데,

한국 사람하지말고 그냥 캐나다 사람 할래?"


그러면 아들은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나는 아들이 대답하기 전에 이렇게 마무리 한다.


"아빠는 한 번도 우리 가족이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너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더 커서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그때가서 잘 생각해서 결정하도록 하자.

한국을 떠나 올 때는 너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아빠를 따라왔지만

남거나 돌아가거나는 너희 스스로 결정해야지 "



- 결 結 -


1. 그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절 가타부타 할 일은 아니다.


2. 전적으로 아이들의 의견이 존종되어야 함은 맞지만,

아이들이 오롯한 성인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런 나이에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 지금이 그 시점은 아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의견이었다는 그들의 선택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3. 추신수와 그의 아내의 높은 관여에 의한 결정이라고 봤을 때,

조금 더 솔직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군면제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거나,

전적으로 아이들의 의견이었다거나

이런 말 보다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조만간 군 문제 등으로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적 이탈을 신고하기로 했다.

이것이 아이들이 바라는 바였고,

아내와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부모이긴 하지만

이런 선택을 부모라고해서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받아들였다.

더우기 조만간 메이저리거로서의 선수 생활도 마감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법률상 아이들의 국적이탈 신고는 불가하기 때문에

이른 시점인 지금 신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병역의 문제가 없는 딸은 여전히 한국인으로서의 국적을 유지할 것이다.

병역 문제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엄중한 것은 알고 있고

한 사회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인으로서의 책임도 막중함도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아이들의 삶이 재단되어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해 고민 끝에 내리게 된 결정이다.

비록 여하한 이유로 국적은 이탈했지만,

언제나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잊지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로인해 비난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명인으로 사람들에게 대우를 받았으면

사람들이 그에 맞는 처신을 요구하는 것도 잘못된 처사는 아니기에 달게 받겠다."


글쎄... 솔직한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면 어땠을까.

우리의 국민적 정서가 병역 문제에 있어서는 항상 민감했지만

그렇다고 작금의 사람들의 정서가 보편적이고 정당한 개인의 선택마저

무조건적인 몰아가는 수준의 정서도 아니지 않은가.


아니, 적어도 동병상련의 내가 아침부터 앉아서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사족(뱀발),

물론 유명인이 아닌 우리 아들은

어떤 선택이 되었든

이런 문제로 회자될 일은 없어서

일단은,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사람 - 어느 배우의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